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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한 [johnpark] 쪽지 캡슐

2006-03-27 ㅣ No.97312

빛과 소금

 진정한 화해와 일치

 

   얼마 전 택시를 탔다가 운전기사의 흥분된 일장연설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분 말씀의 요지는 “북한을 당장 무너뜨려야 하는데 수많은 빨갱이들이 이 사회 속에 들어와 정치계는 물론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이런 매국노들이 또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지원 전반을 강하게 비판하시며 당장 모든 것을 끊고 북한을 고사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그분의 말씀은 이미 우리 사회의 보수층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어린시절 부모님에게서 1·4후퇴 때까지 북한의 공산 치하에서 교회가 탄압당하고 성직자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하며 박해를 받았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기에 북한에 대해 호의적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간 북한을 오가며, 진정 우리가 이 민족의 화해와 재일치를 이루기보다는 서로 증오만을 키워왔음을 체험했습니다. 또한 몇 위정자들과 기득권 세력을 제외한 남과 북의 일반 민중들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피해자라는 사실을 우리가 잊고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북에서 굶주림 속에 있는 그들…. 그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북에서 태어난 죄뿐이지 그들 스스로 체제를 선택할 수도 없지 않았나요? 그리고 우리의 보수적인 분들의 주장대로 제 자신도 가족이 북에 남아 있기에 무엇인가 더 지체되지 말고 빨리 변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그 다음은 어떻게?’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과연 우리는 북한의 붕괴 이후를 준비하고 있나요? 교회 또한 북한 교회와 신자들을 위한 재건 계획이 구체적으로 준비되어 있나요? 독일은 그토록 오랜 시일에 걸쳐 준비해 왔고, 동·서독 모두 각기 동서 진영의 최고 경제력도 갖추고 있었지만 통일된 오늘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요?

   따라서 우리는 이제라도 현명하고 침착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에 대한 지원과 화해적 몸짓을 무조건 반민족적 행위로 볼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지혜를 짜야 합니다. 또한 이를 통해 단순한 물자지원만이 아닌 60년 간 분단되어 이질화되어 가는 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초석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미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새터민(북한 이탈주민)을 따뜻이 받아들이고 함께하기보다 우리보다 못한 2등 시민 취급을 하곤 합니다. 이렇게 외면하고 소외시켜 나간다면 우리에게 통일이라는 말은 헛된 공상에 불과하고 말 것입니다.

   과거의 아픈 상처만 생각하며 증오한다면 이 또한 주님의 말씀을 거스르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김수환 추기경은 “남이 용서를 청하기 전에 내가 먼저 용서를 해야 진정한 용서요, 화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정진석 추기경도 “참회와 화해의 성당을 지어 우리의 참회를 행동으로 보여 나가자”고 하셨습니다.

   사순 시기를 지내는 지금, 우리 신앙인들부터 다른 이에게 탓을 돌리지 말고 내 스스로 “내 탓이요”를 외치며, 주님의 말씀대로 행동으로 용서와 화해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아니 우리 민족 모두는 진정한 화해와 일치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 장긍선 예로니모 신부·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본부장

·주소: (100-809) 서울시 중구 명동 2가 1번지 가톨릭회관 208-1호
·홈페이지: www.caminjok.or.kr / 팩스: 754-0067
·문의: 753-0815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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