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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인동초 (忍冬草) - 돈수 (頓修)의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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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인동초 (忍冬草) - 돈수 (頓修)의 길이다
일본 시골에서 흔히 보는 광경으로 밭 두렁 구석에 앙징맞은 화단(花壇)이 있다. 두 평(坪)도 될까말까한 그곳에 볼품없는 몇 가지의 꽃이나 오이가 심겨진 것을 보는데 오이가 늙어 비틀어진 것을 보면 결코 반찬용으로 키운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또 하나는 동구(洞口)에 있는 올망졸망한 묘지(墓地) 앞에 갓 올려진 듯 아직 생생한 야생화 한 송이나 생나무 가지를 볼 수 있다. 저들은 아마도 일 나가며 또 끝내고 귀가할 때에 저렇게 고인(故人)들과 정감(情感)을 나누는가보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의 밭떼기는 숟가락 꽂을 틈도 없는 치열한 각축장(角逐場)이요 공동묘지(共同墓地)는 귀신(鬼神)이 손짓하는 으스스한 냉골이다. 너무나 각박(刻薄)하고 살풍경한 풍경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조석(朝夕)으로 성당에 들려 조배(朝拜)를 드리고 가는 농부가 있었다. 제대(祭臺) 앞에서 감실(龕室-성체를 모신 상자)을 바라보고 있는 농부의 얼굴 - 무슨 기쁜 이야기를 나누는 듯 환희와 평화가 넘쳐있었다.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신부는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를 불러 아까 무슨 대화(對話)를 나눴느냐고 물어 보았다. " - 대화(對話)요? 저는 그냥 기뻐서 성체(聖體)를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요. -"
불교에서는 「돈오(頓悟)」의 깨우침 뒤에 맞는 길이 그만 두 갈레로 갈라져 수 백년을 자기가 옳다고 으르렁댄다. 점수(漸修)냐? 돈수(頓修)냐? 돈오(頓悟)로 「혼돈(混沌)의 알(卵)」에서 해탈(解脫)의 밝음은 얻었다. 그런데 그 다음의 지향(指向)이 맹진(猛進)할 것이냐? 아니면 토대(土臺)를 굳건히 할 것이냐의 갈림길인 것이다. 여기서 「사랑」의 길만을 택한다면 그것은 점수(漸修)의 길인 것이다. 즉 사랑은 끝없는 교감(交感)속에 자라는 것이지 「백년의 고독(孤獨)」 을 뚫고 솟는 「천년의 사랑」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죽순(竹筍)의 사랑이 아니고 쑥(野菊)처럼 인고(忍苦)속에 다져지며 커가는 사랑인 것이다.
TV나 잡지에 스위트 홈이라며 소개되는 젊은 부부들의 행복과 사랑 타령을 보면 어찌 그리도 속물(俗物)의 먼지와 남에게 보이기 위한 화장(化粧)만이 덧칠해져 있는지 메스껍다. 부부간에도 범접(犯接)치 못하는 「독립된 시공(時空)」을 따로 갖고 있다고 「별빛 같은」눈초리로 말하는 모습에는 차라리 소름이 돋는다.
「성인전(聖人傳)」 을 보면 그분들은 정말 하찮은 일들을 가지고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저 이름 모를 야생화(野生花)와 나비가 꾸미는 그런 사굄이 사랑의 진면목(眞面目)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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