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목)
(백)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 요한은 내가 목을 베었는데,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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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1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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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6-12 ㅣ No.147529

실존주의 철학자인 샤르트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가능성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현실이 됩니다.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납니다. 가지와 고추 그리고 오이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변합니다. 선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악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공동체에 활력을 주기도 하고, 공동체에 분열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인류가 역사와 문화 그리고 문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실존에 있는 가능성을 사랑과 관심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 현실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음악, 미술, 문학, 철학, 과학, 종교, 언어, 건축은 인간의 가능성이 아름답게 드러난 결실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도와줍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부끄러움을 압니다. 겸손하게 고개를 숙입니다. 밤하늘에 별들이 아름답게 빛나는 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갑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전쟁, 폭력, 욕망, 시기심이 되어서 인류가 만들어 놓은 텃밭을 무참하게 망가트리기도 합니다. 조조의 아들 조식은 칠보시(七步詩)’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콩을 삶아 국 끓이는데/콩대는 솥 아래서 타고/콩알은 솥 안에서 눈물 흘린다. 본래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거늘/어찌 이리도 다급하게 졸여대는지.” 같은 뿌리에서 태어난 인간은 갈등과 분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죽고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고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비극을 성서의 땅인 이스라엘에서 보고 있습니다. 같은 아브라함의 자손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이라는 솥 아래에서 누구는 불을 태우고, 누구는 뜨거운 솥 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장벽을 만들어서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게 합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무력을 행사합니다. 폭력의 현장에서 떨어지는 꽃은 노약자와 어린이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비극을 미얀마에서도 보고 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 때문에 무고한 시민에게 총을 쏩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우리의 가능성에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본기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느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희가 거룩한 은총의 도움으로 계명을 지키며 마음과 행동으로 하느님을 충실히 따르게 하소서.” 연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기 위해서는 줄이 있어야 합니다. 줄에 의지하는 연은 바람을 타고 날 수 있습니다. 줄이 끊어진 연은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땅으로 추락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의 줄에 의지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계명을 마음과 행동으로 지켜야 합니다. 계명은 우리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계명은 우리를 하느님의 뜻으로 이끌어 주는 이정표입니다. 자유 없는 성실은 굴종이며, 성실 없는 자유는 방종입니다. 평온 없는 열정은 광신이고, 열정 없는 평온은 냉담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선택할 권리를 주셨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 주시지는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희망의 씨앗을 이야기 하십니다. 길가에 버려질 수도 있고, 가시밭에 떨어질 수도 있고, 자갈밭에 떨어질 수도 있는 씨앗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그 씨앗이 어떻게 열매를 맺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박해와 시련이 있었지만, 근심과 걱정이 있었지만 교회는 성장하고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의 씨앗은 1784년 한국 땅에도 심어진 것입니다. 한국 땅에 심어진 말씀의 씨앗도 100년이 넘는 박해와 시련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순교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교회는 교황님께서 3번이나 방문하셨을 정도로 성장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우리의 마음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에 근심의 씨앗이 뿌려지면 근심은 걱정과 불안을 자라게 합니다. 근심은 불평과 불만, 원망과 분노를 열매 맺게 됩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듯이 우리의 마음에 근심의 씨앗이 뿌려지면 그렇게 커다란 파도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근심의 바다에 침몰하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마음에 희망의 씨앗이 뿌려지면 감사와 기쁨이 자라게 됩니다. 용기와 위로, 용서와 나눔이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역경이 다가와도 우리 마음은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힘차게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근심과 희망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희망을 선택하면 근심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은 설 곳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그래서 저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 몸으로 한 일에 따라 갚음을 받게 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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