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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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하느님의 능력은 인간의 약점 한 가운데서 가장 명확하고 완벽하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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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석 [pys2848] 쪽지 캡슐

2021-06-17 ㅣ No.147643

자화자찬(自畵自讚)이란 조금은 낯뜨거운 말이 있습니다. 뭐 대단한 그림도 아닌데, 그림 한장 그려놓고, 스스로 감탄하고 칭찬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의 업적이나 장점을 자랑하니, 듣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속으로 얼마나 웃을까 생각하니, 제가 그간 해왔던 수많은 자화자찬들이 떠올라, 쥐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자화자찬이 일상인 사람들 참 많습니다. 꼴불견도 그런 꼴불견이 없습니다. 바오로 사도와 충돌하고 있는 유다인들에게 있어서도 자화자찬은 일상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주변 모든 것들이 자화자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혈통은 가장 큰 자랑꺼리였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히브리 사람이란 표현은 이방인들과는 철저하게 구분되는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혈통의 사람들이란 의미였습니다. 유다인들이 그토록 아끼고 애지중지 보존해온 민족적 순수성과 순수 혈통을 자랑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란 하느님께서 직접 야곱 성조에게 하사하신 이름입니다. 이 이름은 선택받은 백성의 후예가 된다는 확실성과 함께, 이스라엘에 대한 언약과 이스라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이스라엘의 조상인 동시에 위대한 메시아적 언약을 전해주는 전달자를 의미합니다. 아브라함의 후예가 된다는 것은 미래에 메시아의 축복이 보장되는다는 것에 대한 확증이었습니다.

 

 

지금 바오로 사도와 맞서고 있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은 비록 그리스도교로 개종했지만, 동시에 그들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는 유다이즘을 쉽게 놓아 버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 것에 엄청 목숨을 걸고 있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아주 날카롭습니다.

 

“형제 여러분, 많은 사람이 속된 기준으로 자랑하니 나도 자랑해 보렵니다. 그들이 히브리 사람입니까? 나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이스라엘 사람입니까? 나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아브라함의 후손입니까? 나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그리스도의 일꾼입니까?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하는 말입니다만, 나는 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자랑해야 한다면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랑하렵니다.”(2코린토 11장 18절, 22~23절, 30절)

 

바오로 사도는 절실한 깨달음에 도달했던 것입니다. 하느님과 그분께서 선물로 주시는 구원과 영원한 생명 앞에 혈통이나 신분, 민족이나 국가 등, 외적인 것들이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새로운 포도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이제 그런 것들은 아무런 소용도 없고 부질없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것입니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져다 주신 구원 사업에는 해롭기까지 한 세속적인 특전들이 되고 만것입니다.

 

이윽고 바오로 사도는 그 유명한 자화자찬을 시작합니다. “나는 수고도 더 많이 하였고 옥살이도 더 많이 하였으며, 매질도 더 지독하게 당하였고 죽을 고비도 자주 넘겼습니다. 마흔에서 하나 뺀 매를 유다인들에게 다섯 차례나 맞았습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의 자화자찬이 유다인들의 자화자찬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자화자찬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받은 갖가지 고통과 시련에 대한 자화자찬이었습니다. 결국 주님의 위대하심을 찬미하기 위한 자화자찬, 주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자화자찬이었습니다.

 

결국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능력은 인간의 약점 한 가운데서 가장 명확하고 완벽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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