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8일 (월)
(홍)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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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십자가 현양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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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9-13 ㅣ No.149719

예루살렘 성전으로 성지순례를 가면 십자가의 길을 하곤 합니다. 예수님께서2000년 전에 걸으셨던 바로 그 십자가의 길입니다. 성당에서 하는 십자가의 길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성당에서의 십자가의 길은 조용하고, 엄숙한 면이 있습니다. 잘 준비된 전례가 있습니다. 복사들이 초와 십자가를 들고 십자가의 길을 묵상합니다. 하지만 예루살렘 성전에서의 십자가의 길은 말 그대로 길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순례자와 관광객을 길 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상인들이 물건을 파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2000년 된 오랜 길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온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십자가의 길을 제대로 묵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예루살렘 성전에서의 십자가의 길은 늘 제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함께하는 교우들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갔던 키레네 사람 시몬이 되어서,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 드렸던 베로니카가 되어서 십자가의 길에 함께 하였습니다.

 

오늘 교회는 십자가 현양 축일을 지냅니다. 십자가는 고통과 형벌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면서 십자가는 구원과 부활의 표징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고,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지만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미사의 정점인 성찬의 전례에서 이렇게 선포합니다. “신앙의 신비여!” 교우들은 사제의 선포에 이렇게 응답합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으심을 전하며 부활을 굳게 믿나이다. 십자가와 부활로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 영원히 경배 받으소서.” 십자가의 길 기도에서 우리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그렇습니다. 우리 신앙의 정점에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십자가 없는 구원은 씨 뿌리지 않고 열매 맺으려는 욕심입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사막의 신기루일 뿐입니다.

 

예전에 읽은 글입니다. ‘애벌레는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죽은 것과 같은 고치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애벌레를 위하는 마음에서 고치의 틈을 벌려 주었다고 합니다. 결국 애벌레는 나비가 되었지만 날개 한 쪽이 나오지 못했고, 날지 못하는 나비가 되었다고 합니다.’ 애벌레는 고치가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그 과정 안에 애벌레에게는 날개가 생기고, 하늘을 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놀라운 발전을 하였지만 그 그늘에 많은 사건과 사고도 있었습니다.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우리들 역시 날 수 없는 나비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것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쉽고 빠른 길을 택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들 안에 있는 허물들을 스스로 벗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몸소 그 길을 열어주셨고, 보여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자랑합니다. 유대인들은 율법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나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자랑합니다.’ 어리석어 보이는 십자가, 고통스럽게 보이는 십자가만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어 줄 수 있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제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 뜨거운 사막과 같은 인생길에서 참된 위로와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고통과 형벌의 도구인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길을 보여 주셨습니다. 십자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십자가의 수직면은 하느님과 사람의 일치를 의미합니다. 십자가의 수평면은 사람과 사람의 일치를 의미합니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은 바로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게 하는, 사람과 일치를 이루게 하는 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십자가 현양축일을 지내면서 주님께서 지고 가신 십자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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