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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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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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10-16 ㅣ No.150388

한국에서 좋은 생각을 보내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오늘은 9월호에 나왔던 문요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강건하였던 아버지가 담도암 판정을 받았고, 몸이 쇠약해지면서 나중에는 거동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아버지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워했다고 합니다. 곡기를 끊으면서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지내면서 어린 아기처럼 기저귀를 차야했고, 직원들에게 몸을 맡겨야 했습니다. 거동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아버지는 직원들과 봉사자들이 몸을 씻어 줄 때 편안하게 몸을 맡겼다고 합니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샤워를 해주면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서 식사도 하셨고, 환한 모습으로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린 아기가 기저귀를 차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몸을 씻겨주고, 닦아 주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면서 보듬어 줍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편안하게 맞이하는 죽음은 거의 없습니다. 아기처럼 거동하지 못하고, 기저귀를 차야하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죽음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그런 죽음을 기꺼이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누렇게 바란 꽃이 지는 것은 창피한 것도, 수치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강물은 강을 버려야 비로소 넓은 바다로 갈 수 있습니다. 성공, 명예, 권력이라는 사다리를 오르기 전에,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아들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신 이유입니다.

 

지난 919일 미주가톨릭평화신문의 기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아이티 꽃동네에서 사목하시는 정창용 신부님의 이야기입니다. “아이티는 지진과 내전으로 고통 중에 있습니다. 꽃동네의 창설자인 오웅진 요한 신부님께서 아이티로 가는 신부님께 한 마디만 하셨다고 합니다. ‘큰일을 하려하지 말고, 그냥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됩니다.’ 신부님이 하는 일은 매일 수십 명의 기저귀를 갈아 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몸을 씻어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발을 수건으로 닦아드리는 일이었습니다. 신부님은 매일 세족례를 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좀 더 큰일을 하고 싶기도 했고, 편안한 일을 하고 싶기도 했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럴 때면 정말 훌륭한 일을 하신다고 아무나 못하는 일을 하신다고 성인처럼 사신다고이야기한다고 합니다. 매일 수십 명을 목욕시킬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오지만 몸이 먼저 그곳으로 나갈 것이고 그리고 보통 몸이 가는 곳에 마음도 따라오겠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인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께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나중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다른 10명의 제자들은 불쾌하게 생각했습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왜 다른 10명의 제자들이 불쾌하게 생각했을까? 아마도 예수님께 더 많은 사랑을 받으려했던 야고보와 요한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아니었을까요? 교구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임지를 갈 때입니다. 인수인계를 하면서 주로 보는 것이 재정적인 것입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야고보와 요한처럼 영광의 자리를 원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수인계의 과정에서 아픈 사람은 몇 명인지, 봉성체는 몇 명인지, 가난해서 꼭 도움이 필요한 분은 몇 명인지, 지역에 힘들게 사는 분들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정년퇴임하시고 남은 시간에 요양원에서 봉사하시는 형제님은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제자입니다. 아이티에서 매일 세족례를 하시는 신부님 또한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제자입니다. 오늘 나의 삶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 먼저 마시는 것은 아닌지,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제사 밥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그는 제 고난의 끝에 빛을 보고 자기의 예지로 흡족해하리라. 의로운 나의 종은 많은 이들을 의롭게 하고 그들의 죄악을 짊어지리라.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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