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일 (금)
(녹) 연중 제13주간 금요일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1주간 수요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2-01-11 ㅣ No.152202

어릴 때입니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셨습니다. 예전에는 번호가 주로 키순이었기 때문에 저의 번호는 앞 번호였습니다.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다들 큰 소리로 라고 대답했습니다. 학교에 갈 때는 가져가야 할 것들이 있었습니다. 숙제, 과제물, 육성회비 같은 것입니다. 숙제도 다했고, 과제물도 준비하고, 육성회비도 밀리지 않고 내면 학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그런데 숙제도 못하고, 과제물도 잊어버리고, 육성회비는 밀려있으면 학교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선생님이 부르시는 것도 무서웠습니다. 숙제를 못했거나, 과제물을 잊어버리면 벌을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육성회비를 마련해 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학교에 갔습니다. 누군가 나를 부를 때입니다. 내가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면 그 부름이 두렵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내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 부름은 부담이 되기도 했고, 피하고 싶었습니다.

 

1991823일입니다. 사제서품을 받기 전에 동창들은 모두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신학교의 학장 신부님이 서품 대상자들의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호명 순서가 가나다순이기에 저는 뒤쪽 번호였습니다. 모두들 , 여기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주교님 앞으로 나갔습니다. 주교님의 훈시가 있고, 도유가 있고, 성인호칭기도가 있습니다. 주교님들, 사제들, 교우들 모두가 무릎을 꿇고 서품자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서품자들은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 기도합니다. 지난 10년간의 신학교 생활이 떠오르기도 하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서품식의 절정은 선배 사제들의 안수입니다. 교회의 전통에 따라서 주교님과 사제들이 안수를 하면 비로소 교구 소속의 사제가 되는 것입니다. 사제서품을 받으면 교구장님께서는 사제들의 특별 권한을 주십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첫 소임지를 알려주십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간 성당이 중곡동 성당입니다. 31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유아세례를 준 아기의 엄마를 뉴욕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기억을 못했는데 아이의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서 저를 기억했습니다. 그 아이가 자라서 딸을 낳았고, 유아세례를 받았다고 합니다. 서울대교구는 128일에 사제서품식이 있습니다. 후배 사제들이 주님의 부르심에 예 여기 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대답하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멀리 있지만 후배들을 위해서 기도하려 합니다.

 

주님의 목소리를 오늘 듣게 되거는 너희의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라.’(시편 95,7) 사무엘은 오늘 주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온 정성을 다해서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겼고, 주님의 말씀을 왕과 백성들에게 전하였습니다. 사무엘은 위대한 예언자가 되었습니다. 영화 역린에서 인용되어서 기억에 남은 중용 23의 내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성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나는 천주교인이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하였습니다. 임치백 성인은 십계명을 외우지 못할 정도였지만 무식해도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당당하게 밝혔습니다. 준비가 되어있다면 역경이 닥쳐도, 고난이 닥쳐도 언제든지 라고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다른 이웃 고을들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말씀을 실천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187 7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