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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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남북 통일 기원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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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6-25 ㅣ No.173656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남북 통일 기원미사] 마태 18,19ㄴ-22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오늘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남북 통일 기원미사’를 봉헌합니다. 1950년 6월 25일 시작된 한국전쟁으로 인해 분단된 우리나라는 아직도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건과 상처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또 그로 인해 서로를 향한 미움과 오해가 얼마나 깊어졌는지 모릅니다. ‘나만 옳고 넌 틀렸다’는 태도로 상대방을 폭력으로 굴복시켜서라도 억지로 내 말을 듣게 만들려고만 했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는 배척하고 제거하려고만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으로 일치되어 함께 살아야만 제대로 살 수 있는 한 민족, 한 가족입니다. 이를 생각하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용서의 메시지를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겁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대방이 나에게 저지른 실수와 잘못에 대해 입으로는 용서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마음으로는 용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상 그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거나 목소리를 들으면, 그 때 그가 나에게 입힌 상처와 아픔이 떠올라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그를 향한 미움과 분노가 솟아나 그를 보고 싶지 않아지는 겁니다. 그런데 막상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내가 상처받은 걸 몰랐다고 합니다. 나에게 상처 입히려고 그런게 아니라고 합니다. 본인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그런 피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상처를 준 사람과 상처를 받은 사람의 입장이 서로 다릅니다. 또한 자기가 누구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하는 이들은 많은데, 정작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말하는 이는 별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인간은 상황을 자기 위주로,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모르는 사이 나에게 상처를 입힌 만큼,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단지 내가 내 상처만 바라보느라 다른 이가 받은 상처를 헤아리지 못할 뿐이지요. 이를 깨닫는다면 이해와 사랑의 마음으로, 연민과 감사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위해 기도할 수 있습니다. ‘주님 저에게 상처를 준 저 사람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를 용서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너무나 힘이 들지만, 마음이 억울하고 괴롭지만, 당신께서 먼저 저를 용서하셨기에, 제가 살면서 관계 맺은 많은 이들로부터 저도 용서 받았기에, 저도 힘을 내어 용서해보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라는 베드로의 질문에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용서는 넓은 아량으로 그의 잘못을 한 번 눈감아 주는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한도를 정해놓고 일정 횟수 만큼만 참아주는 건 용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걸 용서라고 착각하며 일흔 일곱번이나 반복하다가는 내 마음 속에 천불이 나서 만신창이가 될 겁니다. 용서는 상대의 잘못을 참아주는게 아니라,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그 사람을 내 안에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 이해와 포용이 그 사람을 변화시키고 또한 그를 바라보는 나를 변화시킵니다. 그를 통해 나의 부족함과 잘못을 돌아보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이에게 ‘용서해달라’고 청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기는 겁니다. 또한 내 마음 속에 타오르던 분노와 증오의 불을 꺼뜨려 나를 살리지요. 그러니 나부터라도 ‘네 탓이오’말고 ‘내 탓이오’를 먼저 했으면 좋겠습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라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먼저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 형제 자매들을 용서하고 나도 용서를 청하며 화해하면 좋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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