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스크랩 인쇄

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6-26 ㅣ No.173689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마태 7,15-20 “좋은 나무는 모두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세상 사람들은 ‘예언자’라고 하면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주는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이들을 떠올리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예언자’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서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하는 이들을 가리킵니다. 그렇기에 예언자는 자기 생각이나 관점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재물에 대한 약속이나 성공에 대한 보장과 같은 말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 그 자체를 심지어 그것이 고통과 시련, 멸망을 예고하는 어두운 이야기라도 곧이곧대로 전하지요. 반면 거짓 예언자들은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이야기만 합니다. 임금이나 권력자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이야기는 감춰두고 전하지 않습니다. 예언의 의미를 축소하고 왜곡하며 제대로 전달하지 않음으로써 본인은 물론, 본인이 속한 공동체 전체를 파멸로 이끄는 겁니다.

 

그래서 주님은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라고 하십니다. 당신 뒤를 따르는 제자의 길에는 ‘십자가’가 필수 준비물인데,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는 가시밭길인데, 주님께서 강조하신 계명들을 제대로 지킬 생각은 않고 그저 겉으로만 지키는 척 하면서, 자기 거룩함과 의로움을 드러내고 부각시켜 주님을 등에 업고 자기가 원하는 뜻을 이루려고 드는 그들의 간교함과 위선을 조심하라는 것이지요. 옛 어르신들 말에 ‘싼 게 비지떡’이라 했습니다. 다른 것에 비해 터무니 없이 싼 것은 반드시 그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렇다면 그저 싸다고 무턱대고 사려 들 게 아니라 왜 싼지, 뭔가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사야 사기를 당하지 않는 겁니다. 그것은 구원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지요. 다른 이들이 구원받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들보다 터무니 없이 쉽고 편하다면 반드시 그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 쉽고 편함에 현혹되어 자기를 따르는 이들을 이용하여 제 이익을 챙기려는 뻔한 속셈인 겁니다. 그런 시커먼 속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저 쉽고 편하다는 말에 속아 그를 따른다면, 밝은 빛에 현혹되어 뜨거운 불 속으로 돌진하다 타죽고 마는 ‘불나방’처럼 되고 말겠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거짓 예언자들이 강조하는 ‘쉽고 편한’ 과정에 현혹되지 말고, 그들이 삶과 행동으로 드러내는 ‘결과’를 보라고 하십니다. 그럴싸한 말로, 잠깐 긴장하고 조심하는 것으로 잠시 동안은 자기 본모습을 감출 수 있을지 모르나, 살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모습에서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오는 행동에서, 결국 그가 지닌 본모습이 드러나게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본모습을 식별할 수 있는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십니다.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이 말씀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처럼 뻔한 소리가 아닙니다. 사람은 타고난 모습에서 절대 바뀔 수 없으니 생긴대로 살아야 한다는 운명론을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타락한 생활을 하는 한 그분께서 바라시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 악하게 살더라도 회개하여 하느님께 돌아서서 그분 뜻에 맞게 살아가면 언제든 좋은 나무가 되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상기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나무는 자기가 맺은 열매를 먹지 않습니다. 그 열매를 먹는 것은 개미 같은 곤충들이나 동물들이지요. 우리가 열매를 맺는 것도 자기가 먹기 위해서가 나누고 베풀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도 자기가 맺은 열매를 자기가 다 먹으려고 욕심부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그 욕심이 내 능력을 가로막아 더 좋은 열매를 맺을 기회를 놓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66 0

추천 반대(1)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