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4일 (목)
(녹)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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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억 신부님_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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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2024-10-23 ㅣ No.176984

어렵게 집안을 꾸려가던 가난한 가장이 아이들 걱정을 했습니다.

 

‘신발이 다 떨어졌다고 새 운동화를 사 달라고 난리인데 새 운동화를 장만할 돈이 부족하니… 그래도 사주기는 사줘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이 말을 듣던 한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아이들 신발 때문에 걱정하셨지요? 저에게는 어린 딸이 하나 있는데 그 아이는 태어난 후 아직 한 번도 걸음을 옮긴 적이 없지요. 몸이 아파서… 만약 우리 아이가 신발을 신고 걸어 다녀 한 켤레만이라도 닳아 못 신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입니다.’ 가난한 가장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의 떨어진 운동화를 보았습니다. 고민 덩어리였던 그 신발들이 그렇게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루가12,48).고 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과 동고동락했으니, 그에 걸맞은 책임이 요구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몽땅 차지했으니 더 많은 것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잘못을 범하게 되면 그 벌은 더욱 엄할 것입니다. 그야말로 “매를 맞아도 많이 맞을 것입니다”(루카12,47). 아는 만큼 실천이 따라야 합니다.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그분의 자비를 더 많이 입었으니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삶이 따라야만 합니다. 교회 안에서 성직자는 성사 집행과 복음 선포의 사명에 충실해야 하고, 수도자는 봉헌의 삶을 더 열정적으로 살며, 평신도는 하느님의 자녀다운 직분과 소명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때 그런 직분이 없는 사람보다 더 많은 책임을 감당해야 합니다. 직분은 그가 누릴 수 있는 영광이나 권리이기보다는 책임입니다. 저는 한 기관의 책임자였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갑’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상 저는 철저히 ‘을’이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매 맞을 것을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늘 깨어 준비하면 오히려 그 책임을 통해 모든 재산을 관리할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루카12,44).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러저러한 근심과 걱정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것은 행복한 고민입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충실하면 우리의 미래는 보장된 것이고 기대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뜻을 제대로 사는 만큼 주님을 만나는 기쁨이 클 것입니다.

 

사실, 세상 모든 것이 하느님 것이니 받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마련해 놓으신 것을,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이런저런 모양으로 잠시 관리하다가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러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뜻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모든 것을 되돌려 드려야 합니다. 그러나 그 일은 먼 훗날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이미 시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아들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오실 것이기 때문입니다(루카12,40). 하느니의 자녀로 뽑힌 우리는 많이 받았으니 많은 것을 돌려드려야 합니다. 혹 이미 많이 받았는데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매를 많이 맞을 일입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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