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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묵상 : 하느님의 심판대 앞에 서는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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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신이 인간 세상에 베푼 가운데 죽음만큼 공평한 게 없다고 합니다. 부자든 가난하든 누구에게나 한 번은 필연적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보니 서울교구 신부님 한 분이 선종하셨습니다. 최근에는 아주 젊은 신부님이 선종하신 걸 봤습니다. 유튜브로 잠시 봤습니다. 그날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참 많은 걸 묵상하게 됩니다. 오늘 제목은 예전에 제가 좋아하는 목사님이 이런 주제로 설교를 했는데 정말 따끔한 설교였습니다. 제가 이 설교를 딱 신부님 한 분께 보내드린 적도 있습니다. 그 신부님도 듣고 나신 후에 목사님의 설교이지만 정말 가슴에 팍팍 와 닿는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고 이 신부님도 그렇고 제가 이 설교를 판단했을 때 이분 정도면 이 설교를 공유해도 좋게 받아주실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서는 분께만 공유를 했습니다. 역시나 제가 공유한 분들이 이 설교를 듣고 느낀 소감이 제가 예상했던 것과 틀린 분이 단 한 분도 없었습니다. 물론 아주 많은 분들과 공유를 하지 않았지만 왜 이분들이 그와 같은 동일한 느낌을 가졌을까 하고 저는 그걸 묵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와 같은 내용은 우리 천주교에서도 비슷한 강론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한 가지는 이 목사님만의 독특한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일단 목소리에서 전달해 주는 짙은 호소력인데 확실하게 이 목사님이 목사님으로서 목회를 하는 데 아주 좋은 장점입니다. 또 한 가지를 꼽는다면 죽음이라는 것은 누구나 언젠가 경험한다는 그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누구나 그 시간은 자기에게는 아주 먼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마냥 죽음이 정말 그렇게 먼 시간에 있지 않다는 걸 각인시켜주는 설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설교라고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어떤 분이 그 설교를 한 번 공유해 줄 수 있느냐고 하시는데 요즘 그 설교 파일을 어떻게 제가 잘못 관리해 삭제된 것 같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얼마 전 부산 병원에서 치료 중에 우연히 시한부 1년 선고를 받은 분과 이야기를 할 경우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올리는 계기는 그분과의 이야기가 좀 중요해서 공유하는 것입니다.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그분은 의학적으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1년을 넘게 살 수 없는 분이십니다. 종교도 없습니다.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정말 세상을 열심히 사신 분이셨습니다. 자수성가를 하신 분이셨습니다. 재산은 25억 정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원래 선고를 받기 전에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 어떻게 그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줄지 구상을 해 놓으셨다고 했는데 선고를 받고 나서 어느 시점에 생각에 변화가 왔다고 합니다. 자기 재산을 자식에게 단 한 푼도 물려주지 않고 전액 기부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기부도 교육제단 같은 곳에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고 돈이 없어서 수술만 하면 살 수 있는 그런 환경에 놓인 사람들 수술비로만 쓰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분이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중요한 요인은 두 가지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신을 믿지는 않았지만 막상 신을 부정해서 믿지 않은 게 아니고 집안에서도 종교를 가진 그런 집안도 아니고 하다 보니 어떻게 그렇게 한평생 지냈기 때문에 또 먹고 사는 데 집중해서 그랬는지 그다지 종교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랬던 그분이 선고를 받고 난 후 2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부터는 밤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고 합니다. 천국, 천당, 극락, 지옥 이런 곳이 있다면 나는 내가 죽으면 과연 어떤 곳으로 갈까 하는 그런 생각이 자주 떠오르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생각한 게 만약 신이 있어서 그러한 세계가 있다면 지금까지는 신을 믿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해 종교를 가지지 못했고 그렇다고 지금와서 종교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시간도 너무 지난 것 같아 고민 끝에 그럼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았다고 하더라도 종교와 신에 대해서는 무지하지만 그래도 신이 존재하고 그런 곳이 존재한다면 지금이라도 내가 종교를 가지지 않은 것은 내 의지 때문이 아니고 내 환경 때문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내 재산을 그것도 생명을 구제하는 기관에 기부를 해 생명을 살린다면 그나마 사후세계에서 신의 자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런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분의 이런 사정을 보면서 이 모습을 어떤 말로 표현을 하면 좋을까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억지로 굳이 붙인다면 무신론자의 회개라고 할 수 있겠는데 사실 이분 같은 경우에 회개라고 하긴 좀 어색합니다. 아무튼 저는 이분을 보면서 중요한 교훈 하나를 얻었습니다. 조금 다른 묵상입니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도 죽음 앞에서는 죽음이라는 두려움도 두려움이지만 그 다음의 세계를 살았을 땐 미처 생각하지 못하다가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는 점에서 그럼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이미 이런 건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언젠가 우리도 그 시간이 다가왔을 때 과연 우리 신앙인은 그분이 생각했던 전철을 밟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지만 하느님을 믿지 않은 그분과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비참한 신앙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묵상해봤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