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 (일)
(자) 대림 제4주일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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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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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12-21 ㅣ No.178648

[12월 21일] 루카 1,39-45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물이 담긴 컵에 빨간색 잉크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요? 컵 속에 담긴 물이 붉은 빛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같은 양의 잉크를 한강물에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잉크를 받아들이는 물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가 그런 차이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런 점은 우리 마음도 비슷할 겁니다. 마음이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좁은 사람은 작은 불편, 작은 아픔, 작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겉으로 표출합니다. 그것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 견딜 수가 없어서 때로는 짜증으로 때로는 원망으로 때로는 눈물로 그 힘듦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반면 마음이 바다처럼 넓고 깊은 사람은 왠만한 불편, 아픔이나 슬픔이 있어도 겉으로 잘 티가 나지 않습니다. 바닷물처럼 넓은 마음이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고 정화하여 자연스레 사그라지는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싶으십니까? 밴댕이처럼 좁은 마음으로 사사건건 화내고 짜증내며 스스로를 더 큰 불행에 빠뜨리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살면서 마주하는 시련과 고통을 잘 극복하며 참된 평화를 누리고 싶으십니까? 당연히 후자쪽이겠지요. 그렇기에 왜 신앙생활 하시느냐고 이유를 물으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실테구요. 그렇다면 그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십니까? 아무도 없는 고요한 성전에 앉아 차분하게 기도하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올까요? 그 평화는 성전 문을 나서서 삶의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 바로 깨집니다. 작은 낙엽 하나만으로도 잔잔했던 연못에 큰 파문이 일듯, ‘조용한 평화’는 쉽게 깨지고 마는 겁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 삶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복음 속 성모님의 모습에 그 힌트가 숨어 있습니다. 어제 복음에서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전해진 하느님 말씀에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씩씩하게 답하시긴 했지만, 성모님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약혼자 요셉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사실대로 말하면 그가 곧이곧대로 믿어줄 지, 배가 점차 불러오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아채고 뒤에서 쑤군댈텐데 부모님이 걱정하시고 속상해하시지는 않을지, 정결법을 거스른 음탕한 여인이라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거나 벌을 받게 되지는 않을지 이런저런 걱정과 근심으로 속이 시끄러웠겠지요.

 

그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성모님이 선택하신 방법은 하느님의 뜻이 자신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임신 초기의 힘든 몸을 이끌고 백 킬로미터가 넘는 산길을 걸어 이모 엘리사벳을 찾아갑니다.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그녀가 늙은 나이에 잉태한지 여섯 달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 늙어서 주책이라’는 생각에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힘든 티도 못내고 제대로 못챙겨 먹으며 젊은 임산부들보다 몇 배는 더 고생하는 그녀 곁에 머무르며 사랑으로 보살피는 것이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바라시는 뜻이라고 생각했기에 기꺼이 그렇게 한 것이지요. 그 선행의 결과 엘리사벳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들을 듣게 됩니다. 하느님께 특별한 은총과 보살핌을 받는 자신이 얼마나 복된 존재인지, 하느님의 말씀을 굳게 믿으며 따른 자신이 앞으로 얼마나 큰 행복을 누리게 될지를 깨닫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겠지요. 그러니 우리도 마음의 참된 평화를 누리고 싶다면 성모님처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찾아가 손과 발로 실천하는 사랑을 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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