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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님_짧고 간략하게 강론하시는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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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2025-01-26 ㅣ No.179588

 

 

 

 

사제가 된 후 부모님이 살고 계시던 본당에 가서 처음으로 강론할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참으로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두렵고 떨렸습니다.

 

나름 감동적인 강론을 한번 해보려고 얼마나 준비에 준비를 거듭했는지 모릅니다. A4지 한 장 정도의 짧은 강론을 며칠에 걸쳐 준비했고, 그걸 또 거울을 보고 수십 번도 더 예행연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고향 나자렛 회당에서 첫 강론을 하시는데, 아마 예수님께서도 마음이 비슷하셨을 것입니다.

 

요즘 미사 때마다 강론 전에는 성경 말씀이 먼저 선포되듯이, 예수님께서도 강론을 하시기 전에 한 성경 구절을 찾으셔서 읽으셨는데, 정말이지 기가 막힌 성경 구절이었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은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이사 61 1-2)

 

한 문장 한 문장, 글자 한자 한자가 다 예수님 당신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구절을 봉독하심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공생활 기간 동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명확히 밝혀주신 것입니다.

 

회당 안에 있던 청중들은 이제 성경 말씀이 선포되었으니, 길고도 장황한 강론이 이어지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강론은 딱 한 마디였습니다. 3초밖에 안 걸렸습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

 

아마 예수님께서 지금 이 순간 공생활을 하신다 해도, 절대로 강론 길게 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핵심 중의 핵심만, 촌철살인의 한 말씀만 하셨을 것입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구약의 예언이 당신을 통해, 당신 안에서 성취됨을 장엄하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예언의 성취는 오직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아버지 하느님과 하나임을 선언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 안에 하느님의 영이 머물고 계심을 확증하신 것입니다. 당신이 종말론적인 예언자요 하느님으로부터 도유된 분 곧 메시아 그리스도이심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도래로 인해 이제 구원의 시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분을 구세주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모든 이들은 이제부터 하느님 마음에 드는 해, 그분에게 흡족한 해, 주님의 은혜로운 해, 희년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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