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1일 (화)
(녹) 연중 제5주간 화요일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02-09 ㅣ No.179924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습니다. 뽕나무밭이 변해서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입니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온 사람은 한국의 변화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무질서하고, 부정과 부패가 만연했던 기억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30년 만에 한국에 오면 풍요롭고, 깨끗하고, 질서정연하고,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벗어난 한국은 가난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한과 북한은 3년간 전쟁을 겪었습니다. 모든 시설이 파괴된 폐허 위에서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라는 신념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냈습니다. 저는 온몸으로 그런 시간을 체험했습니다. 어린 시절 기억은 연탄가스, 만원 버스, 암표 장사, 승차 거부, 재래식 화장실, 달동네였습니다. 지금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도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합니다. 한국에서 최고면 세계에서 최고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한국은 경제, 문화, 의료, 디지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제 생활하면서 저도 상전벽해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2000년이니 25년 전입니다. 본당에 주일학교 학생이 10명도 안 되었습니다. 주일 미사에 50명 정도 참석했습니다. 가정 방문하면서 태권도 사범 하던 분을 만났습니다. 저는 본당에서 태권도를 가르치자는 제안을 했고, 자매님은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태권도는 본당 사목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도복을 무료로 주었고, 태권도를 무료로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은 도복을 입고 학교에도 가고, 장터에도 가고, 임진강에 가서 놀았습니다. 아이들이 움직이는 선교사가 되었습니다.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수녀님은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고,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태권도 배우는 아이들이 세례받았고, 부모님도 세례받았습니다. 아이들은 국기원에 가서 승단 시험도 보았습니다. 본당의 날에는 아이들이 태권도 시범도 보여주었습니다. 10명이 시작한 태권도는 제가 떠날 무렵에는 100명이 넘었습니다.

 

2010년이니 15년 전입니다.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지나갔습니다. 제가 있던 본당에도 곤파스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성당에 있던 야산의 흙이 흘러 근처 아파트의 축대 벽이 무너졌습니다. 뉴스에도 나왔고, 서울시장도 다녀갔습니다. 저는 시장님에게 야산을 낮추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또 태풍이 불어도 안전할 거라고 했습니다. 시장님은 저의 의견을 받아들였습니다. 구청장님을 만나서 야산을 낮추는 문제를 상의했습니다. 구청장님도 기꺼이 저의 의견을 들어주었습니다. 트럭 1,000대 분량의 흙을 옮겼습니다. 흙은 주민들의 텃밭을 가꾸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렇게 야산은 10미터 정도 낮아졌고, 성당에는 1,000평이 넘는 마당이 생겼습니다. 저는 교우들과 양재동 꽃시장에 가서 철쭉도 사고, 벚나무도 사고, 장미도 샀습니다. 아카시아와 잡목으로 지저분했던 야산은 아름다운 꽃동산으로 변했습니다. 성당 마당에서 성모의 밤도 했고, 성당 마당에서 윷놀이도 했고, 성당 마당에서 아이들은 물놀이도 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제1독서에서 세상을 창조하시는 하느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말씀 한마디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의 상상과 생각을 뛰어넘는 분이십니다. 빛을 만들고, 땅을 만들고, 하늘을 만들고, 물을 만들고, 해와 달, 별을 만드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정도는 되셔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정도는 되셔야지 만물의 주인이시고, 우주 만물을 다스리는 분이 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많은 병자들을 고쳐주십니다. 예수님의 옷깃만 스쳐도 병이 낫는 것을 보여주십니다. 정말 장난이 아니십니다. 어디가 아픈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언제부터 아픈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냥 예수님 곁에서 옷만 만져도 모든 병이 저절로 치유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니, 그 정도는 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과 예수님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랑 때문에 그렇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넘치는 사랑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과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그분들의 업적과 자랑도 아닙니다. 너희 죄가 진흥같이 붉어도 눈과 같이 희게 해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너희 죄가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하얗게 만들어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뉘우치고, 하느님께, 예수님께 돌아오기만 하면, 지난 모든 것은 덮어주고 당신의 나라에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주십니다. 오늘, 우리가 신앙 안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가슴이 따뜻한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계산하고 따지기보다는 순수한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를 용서하시고 받아주시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이웃을 너그럽게 대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삶은 상전벽해가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94 4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