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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6주간 목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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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표징(sign)과 상징(symbol)을 접하며 살아갑니다. 교통 신호등, 결혼반지, 국기 등은 모두 특정한 의미를 지닌 표징이며,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어떤 표징을 주셨을까요? 오늘 저는 구약의 무지개와 신약의 성체성사를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와 맺으신 언약과 사랑의 의미를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창세기의 말씀은 노아의 홍수 이후 하느님께서 인류와 맺으신 첫 번째 언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홍수가 끝난 후, 하느님께서는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운다.”라고 말씀하시며 무지개를 그 표징으로 세우셨습니다. 무지개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 그리고 인류를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의 상징입니다. 우리가 무지개를 볼 때마다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구약의 무지개는 하늘에서 바라볼 뿐, 그것을 통해 직접적인 생명의 은총을 받지는 못합니다. 단순히 하느님의 약속을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할 뿐이지, 우리를 변화시키지는 않습니다. 신약에서는 어떤 표징을 통해 하느님의 언약이 완성될까요?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새로운 언약의 표징을 주시는 장면을 듣습니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축복하신 후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잔을 들어 “이것은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단순한 기념의 표징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주시며 새로운 언약을 세우셨습니다. 성체성사는 무지개와는 달리, 단순한 눈에 보이는 표징이 아니라 우리 안에 실제로 받아들여지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살아 있는 표징입니다. 고인이 된 소설가 최인호는 본당 신부님을 찾아와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신부님 저는 성체가 몹시 고프답니다.” 당시 최인호는 암 투병 중이었습니다. 본당 신부님은 최인호에게 성체를 영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성체를 모시면서 우리의 몸은 예수님이 머무시는 ‘감실(龕室)’이 됩니다. 우리는 최초의 감실이었던 성모님처럼 순명과 믿음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구약에서 언약의 주체는 하느님과 노아입니다. 표징의 형태는 하늘에 나타나는 무지개입니다. 언약의 성격은 홍수로 멸망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언약의 방식은 자연 현상을 통해서 드러납니다. 신약에서 언약의 주체는 예수님과 모든 인류입니다. 연약의 형태는 빵과 포도주입니다. 연약의 성격은 영원한 생명을 주시겠다는 약속입니다. 언약의 방식은 미사를 통해서 지속해서 이루어집니다. 무지개는 하느님의 약속을 상기시키는 외적인 표징이지만, 성체성사는 우리 안에 받아들이는 내적인 은총의 표징입니다. 무지개는 인간이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지만, 성체성사는 우리가 직접 받아 모시며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게 합니다. 우리는 무지개를 볼 때마다 하느님의 약속을 떠올립니다. 우리는 성체를 모실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을 묵상하며 성체성사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무지개는 하느님의 언약을 기억하게 하는 표징이라면, 성체성사는 하느님의 언약을 우리 삶 속에서 실현하는 표징입니다. 우리가 미사에서 성체를 받아 모실 때, 그것이 단순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실제적인 하느님의 은총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에게 신앙고백을 하였습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듣고 크게 칭찬하였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맡긴다고 말하셨습니다. 그런데 베드로 사도는 자신의 신앙고백을, 삶을 통해서 실천하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고난의 잔, 십자가, 나눔, 희생을 통한 신앙고백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이야기하십니다. “너의 신앙고백을 너의 삶을 통해서 드러내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너의 신앙고백은 참된 신앙고백이 아니다.” 참된 신앙인은 십자가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참된 신앙인은 주님께서 늘 함께하심을 믿어야 합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