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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묵상 : 한 여학생을 통해 하느님의 마음을 상상해 본 묵상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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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지나 이제 금요일입니다. 어제 제가 새로운 묵상글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이제 올립니다. 기대해도 좋으실 것 같다고 했는데 시간상으로 거의 이틀 전이라 그때 떠오른 영감을 바로 작성해야 그 느낌을 잘 전달될 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제가 최대한 그때 그 느낌을 살려보려고 해보겠습니다. 오늘도 조금 전 자정을 몇 분 남기고 여중생이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고 갔습니다.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계속 제 옆자리에 앉는군요. 이틀 전에 책을 보다가 이 애 때문에 중간에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젠, 제가 하느님도 아니지만 하느님에 빙의를 해서 이 애가 마치 우리와 같은 죄를 짓는 죄인처럼 역할을 설정하고 가상 상황을 묵상했던 것입니다. 앞전에 올린 글을 보신 분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그냥 다른 설명 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금 전에 이 애가 스터디카페를 퇴실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가방을 챙기고 일어서면서 의자를 살포시 밀어넣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은 행동을 하나 보면서도 이 애는 확실히 가정교육이 잘 된 애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참고서를 보니 중2 여학생 같습니다. 제가 이 카페를 2년 전 이맘때 몇 개월을 이용했고 작년에 한 달 정도 가을에 이용하고 지금 틈틈이 시간 내 옵니다. 그동안 보면서 저는 천주교 신자도 이용하는 걸 봤습니다. 여기 몇 사람 이용하는 걸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부끄러운 모습도 여러 차례 봤습니다. 사용 매너가 정말 완전 깡인 신자도 있습니다. 이런 건 원래 이 글에서는 전하고 싶지 않았는데 조금 전 그 애를 보면서 전하게 되었습니다. 애는 고작 해봐야 열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성인이고 또 성당을 다니면서 여러 사람이 같이 사용하는 공동의 장소에서 매너가 참 엉망인 사람을 보면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이런 것을 언급하면서 하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세상 사람보다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신앙인이라면 하느님을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보다 못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식 학문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세상 공동체와 같은 곳에서 최소한 지켜야 하는 매너 같은 걸 말합니다. 어쩌다 보니 삼천포로 흘렀습니다. 다시 이 애 이야기로 들어가겠습니다. 애의 인상은 차분한 이미지입니다. 어제도 보니 수학과 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애가 카페 규정을 어기긴 했지만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자기 공부만 열심히 하고 가는 스타일입니다. 조금 전에도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공부를 중학생이 그 시간까지 하고 가는 걸 보면 성실한 학생처럼 보였습니다. 짐의 일부를 사물함에 넣으려고 이동하는 걸 보니 정기권을 구매한 것 같습니다. 잠시 와서 공부를 하고 가려고 카페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한 달 단위로 사용하는 사람에게만 사물함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틀 전 그때 한 생각이 왜 잘 떠오르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날 멍을 때리면서 생각했습니다. 사람인 나도 이렇게 물론 카페 이용 수칙을 위반한 것이지만 위반한 것보다는 그렇다고 그 애가 규정을 어긴 것이 나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애가 오히려 남이지만 열심히 공부를 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습니다. 집에서 게임을 한다든지 아니면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일반 신자들의 모습을 생각해봤습니다. 이건 이해를 돕기 위한 예입니다. 어떤 사람은 시간이 허용된다면 평일미사에 참례하려고 애를 쓰는 신심 깊은 신자가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최소한 주일만 지켜 최소한의 의무만 이행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얼마든지 미사를 참례하고 또 신심단체 활동을 할 수도 있는데 자기 개인 여가 시간을 선용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단순 비교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것처럼 이 여학생도 이렇게 카페에 와서 규정을 위반하긴 했지만 성실하게 학생인 본분을 잘 지키는 모습을 보니 마치 평일미사에 다른 여가를 선용하며 보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영혼을 위해 기꺼이 미사참례를 하며 영혼을 가꾸는 사람처럼 그 애도 그렇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제가 오랜 세월 애들을 지도해서 그런지 몰라도 아무튼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공부를 해서가 아니라 그래도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얼마나 그 정도 나이 같으면 유혹 아닌 유혹도 있을 텐데 그런 것도 뿌리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평일미사 참례를 열심히 하는 신자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입니다. 이 애는 물론 자기가 아마 제가 봤을 땐 부모님을 통해 카페 사장님과 어떻게 협의가 돼서 이용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 그랬기 때문에 어쩌면 규정 위반에 대해 심적인 부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전제를 배제하고 이 애 입장을 마치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라고 생각해봤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카페 수칙을 어겼으니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하느님께 죄를 짓고 마음이 편치 않은 것과 같습니다. 서두에서 제가 하느님은 아니지만 하느님으로 빙의를 해서 묵상해본다고 했습니다. 만약 제가 하느님이고 애가 우리와 같은 죄인입니다. 제가 이 아이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살펴보시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아주 좋은 평가를 하는 걸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어서 규정 위반이 별 중요하지 않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애가 분위기를 흐리고 엉뚱한 짓이나 한다면 어땠을까요? 그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상상이 가실 것입니다.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도 이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애가 규칙을 위반한 걸 우리가 마치 죄를 지은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비유를 한다면 우리가 죄를 지었다고 해도 실제 하느님은 우리가 지은 죄도 죄지만 그 죄를 지은 것을 상쇄시킬 만한 다른 좋은 행동을 하게 된다면 하느님의 눈에는 그 죄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죄를 못 본 채 하신다고 말씀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이건 보셔도 다른 이쁜 모습을 보이면 그 모습이 하느님 눈에는 더 눈길이 끌리시기 때문에 그래서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추론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어떤 희망일까요? 일부러 죄를 짓는 사람은 없겠지만 우리가 비록 나약한 인간이라 하느님의 마음에 들지 않고 또 실망을 시켜드리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그런 부분에 연연하지 말고 다시 심기일전해 마음을 다잡아 자기가 가야 할 길을 다시 묵묵히 걸어가게 된다면 제가 이 여학생을 예쁘게 보는 것처럼 하느님도 그런 우리를 어여삐 보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기소침하지 말고 밝게 신앙생활에 매진하면 될 거란 생각입니다. 이틀 전 그 느낌을 그대로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최대한 전해드리려고 애를 썼긴 했지만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새벽 1시 10분입니다. 근 한 시간을 타이핑했습니다. 이제 저도 묵상글을 올린 후에 내일을 위해 귀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묵상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