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사순 제3주간 금요일] |
---|
[사순 제3주간 금요일] 마르 12,28ㄱㄷ-34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예수님께서 사두가이들과 참된 부활의 의미에 대해 토론하시던 자리에 함께 있던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 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그가 말하는 ‘첫번째’란 순서가 아니라 상대적인 중요도, 다른 율법 규정들보다 먼저 지켜야 할 우선순위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613개나 되는 율법 규정들에 유다인들이 역사적으로 지켜온 여러 전통과 관습법들까지 더해지다보니 실생활에서 신경쓰고 지켜야 할 규정들이 너무나 많아진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복잡하고 세부적인 내용이 담긴 여러 규정들끼리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있어서, 하나를 지키자면 부득이 다른 하나는 지키지 못하게 되는 일도 생겼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율법학자에게 더 중요하고 귀한 계명을, 다른 것들보다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규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그것을 식별해내는 건 율법학자에게도 어려운 일이다보니 수많은 이들이 ‘스승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예수님께 자문을 구한 겁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 규정이나 정결에 대한 규정, 혹은 속죄 예식에 대한 규정 중에 하나를 말씀하실거라 생각했습니다. 유다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중요하게 여기며 우선적으로 지켰던 규정이 그런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전혀 의외의 답을 내놓으십니다. 신명 6,4와 레위 19,18을 복합적으로 인용하여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우리가 지켜야 할 제1계명으로 선포하신 겁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되 적당히 대충 남들 눈치 봐가며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그렇게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도 최선을 다해 그분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만큼 후회와 죄책감이 남아 하느님 앞에 온전히 서지 못하고 아담처럼 그분을 피해 숨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 사랑받는 기쁨과 행복을 맘껏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내 모든 것을 걸고 혼신의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하느님만' 열심히 사랑하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주일미사에 빠짐 없이 참석하고 혹시나 부득이하게 빠지게 되면 고해성사를 꼭 받습니다. 그 누구보다 경건하고 거룩한 자세로 미사에 참여하며 혹시라도 주변의 누가 떠들거나 부주의한 행동으로 집중을 방해하면 도끼눈으로 째려봅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계명을 어기지 않고 잘 지키고 있으니 그 정도면 열심한 신자라고, 나중에 꼭 하느님 나라에 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성당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자신이 더 갖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몫까지 욕심내고, 자신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짓밟습니다. 자신을 귀찮게 만들고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비난하며 단죄하려고 듭니다. 내가 상처입히고 짓밟은 이들, 내가 단죄한 이들 모두가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처럼 사랑하시는 소중한 존재임을, 그들에게 잘못하는 것은 결국 하느님께 잘못한 것과 같다는 것을 모른 채 ‘헛수고’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하느님 사랑이라는 계명에 한 가지를 덧붙이십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유한한 존재인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하느님께 직접적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없으니, 그분께서 당신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드러내라는 것입니다. 또한 사람을 향한 사랑이 ‘내로남불’하는 인간적 경향성 때문에 자기중심적이거나 이기적인 모습이 되지 않도록, 이웃을 항상 나 자신처럼 대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하기 싫어하는 건 이웃도 싫어하니 억지로 강요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어하는 건 이웃도 원하니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1요한4,12).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