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일 (일)
(백)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강복하시며 하늘로 올라가셨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05-30 ㅣ No.182535

며칠 전, 오클라호마 한인 성당에 다녀왔습니다. 신부님께서 은경축을 기념하며 피정을 가는 동안, 주일미사를 부탁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신부님은 달라스에 세 번이나 와 주었습니다. 교구 사제 모임 때 미사를 해 주었고, 대림 특강도 해 주었고, 판공성사도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니 저도 감사의 마음으로 오클라호마까지 다녀왔습니다. 왕복 6시간. 길다면 긴 여정이었지만, 차 안에서 기도하고, 묵상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제자들이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것처럼, 저도 운전하는 길 위에서 주님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클라호마 성당은 큰 본당은 아니었습니다. 주일미사에 30여 명의 교우가 나왔지만, 해설자, 독서자, 반주자, 제대 봉사자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미사 준비가 단정하고 정성스러웠고, 사제관도 신부님 성격처럼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도 살아있는 신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입니다. 나자렛의 한 시골 소녀 마리아가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 유다 산골 아인카렘까지 갔던 그 여정.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방문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만남을 넘어서,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배려의 발걸음입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상황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고, 성령으로 아이를 잉태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두려움 대신 이웃을 향한 사랑을 택했습니다. 그 발걸음이 구원 역사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이란 존재를 향해 '너는 나에게 소중하다'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에게, 그리고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그런 사랑을 건넸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의 소중함을 확인시켜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마리아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뜁니다.” 이것이 바로 마니피캇, '마리아의 찬가'입니다. 이 찬가는 단지 기쁨의 노래가 아닙니다. 약한 자를 드높이고, 굶주린 이를 배 불리시고, 부유한 자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시는 하느님의 정의에 대한 신앙고백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성령의 이끄심이 만날 때, 새로운 세계가 시작됩니다. 마리아의 방문은 단지 친척을 돕기 위한 방문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순종한 두 여인이 만나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더 구체화하는 은총의 장이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도 그러한 방문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게 말없이 찾아가 주는 마음, 작은 본당을 향한 사제의 발걸음,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기꺼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습. 이것이 바로 오늘 복되신 마리아의 방문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메시지입니다. 우리 모두도 이 세상 속에서 기쁘게 사랑을 실천하며,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작은 마리아가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37 3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