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우리 삶의 중심, 영혼의 안식처 “거룩하고 아름 |
---|
2025.5.30.금요일 요셉수도원 성전 봉헌 대축일(2006)
묵시21,1-5ㄴ 1코린3,9ㄴ-11.16-17 요한2,13--22
우리 삶의 중심, 영혼의 안식처 “거룩하고 아름다운 하느님의 집인 성전”
오늘은 우리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성전 봉헌 대축일입니다. 2006년 5월 30일 건립 봉헌되어 올해로 제19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새 성전 봉헌을 계기로 요셉수도원이 도약기로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의 은총에 저절로 겸손과 감사의 마음 가득하게 됩니다. 이때를 회고하며 쓴 기록을 나눕니다.
“잠시 멈춰 뒤돌아보니 굽이굽이 하느님의 때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1987년3월19일 개원전 준비기간의 태동기, 초창기, 정착기, 발전기, 그리고 2006.5.30.일 성전 건립후로의 도약기의 때가 흡사 살아 있는 산맥의 다섯 개 산 능선처럼 장관이다. 2005년 8월부터 시작되어 2006년 5월초에 끝났고, 5월30일 이 시몬 베드로 아빠스 주례로 300여명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수도원 성전 및 본원 건물의 축복식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화려하지도 거대하지도 않은 반 조립식 단순소박한 성전 건물은 현재, 모두의 사랑을 받는 하느님의 처소가 되었다. 새 성전 건립으로 전례도 더욱 충실하고 풍요로워졌다. 예전에는 주례사제가 앉아서 미사를 봉헌했으며 복사도 독서대도 없었다. 수도원 설립 20년째, 제대로 된 성전에서 처음으로 수도형제의 미사복사 도움을 받으며 제대 앞에 서서 미사를 드릴 때의 감동이 새롭다.”
그후 2014년3월19일 자치수도원으로 승격된 후 명실공히 내외적으로 착실히 성장성숙되어가는 요셉수도원 공동체입니다. 성전 봉헌 축일 때 마다 감사패를 드리고 싶은 분들이 참 많지만 세분은 특히 그러합니다. 수도원에 땅을 반기증하다시피한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된 ‘박병래 요셉’과 ‘최구 레지나’ 부부와 성전건축에 최선의 정성을 다한 ‘이승용 아우구스티노’ 형제입니다. 이분들 세 이름은 성전안 감사패에도 새겨져 있습니다. 여기에 한 분을 추가한다면 우리 수도형제 안대해 마르코 수사입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놀라운 것은 1987년 개원후 2025년 지금에 이르기 까지 38년동안 수도원 정문도, 성전 문도 늘 열려 있었다는 것이며, 아마 세상에서 이런 수도원도 성전도 없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불암산을 배경한 수도원과 성전은 그대로 만인의 사랑을 받는 하느님의 공원이자 집이 되었고 수도원을 찾는 이들을 끊임없이 위로하고 환대하는 하느님의 품이, 안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저절로 오늘 화답송 시편 감미로운 고백에 공감하게 됩니다.
“만군의 주님, 당신 계신 곳 사랑하나이다. 행복하옵니다, 당신 집에 사는 이들! 그들은 영원토록 당신을 찬양하리이다. 당신 뜨락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천 날보다 더 좋사옵니다. 하느님의 집 문간에 서 있기가 악인의 천막 안에 살기보다 더 좋사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하느님을 사랑하듯 교회를, 하느님의 집인 성전을 사랑합니다. 오늘 제1독서 묵시록의 묘사에서처럼 우리는 보이는 성전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새하늘과 새땅의 천상교회를 내다 보며 깊은 희망과 위로와 치유를 받습니다. 그대로 오늘 미사에 참석한 우리를 향한 말씀처럼 들립니다.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 친히 그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
바로 이런 하늘나라의 천상꿈이, 희망이, 비전이 우리에게는 활력의 샘, 치유의 샘이 됩니다. 바로 이런 천상의 꿈을 앞당겨 살게 하는 이 거룩한 성전에서의 미사전례은총입니다. 이런 천상에 깊이 뿌리내린 하느님의 집 성전이, 세상을 성화(聖化)해야할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성전이 타락하여 속화(俗化)된다면 이보다 더 큰 재앙이자 불행은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전정화활동 과정에서 드러나는 예수님의 열화와 같은 분노도 이런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됩니다.
“이것들을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예수님의 하느님을 향한 불타오르는 사랑이 성전정화 활동으로 표출된 것이며, 제자들은 즉시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킬 것입니다.”라는 성경말씀을 연상합니다. 이어지는 예수님의 말씀이 화두처럼 들립니다만 얼마나 은혜스런 말씀인지, 제자들은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을 통해서 확연히 깨달아 알고 믿게 되었으며 우리 또한 그러합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이제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전을 넘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이, 그리스도의 몸인 살아 있는 지체들인 우리 모두가 주님의 살아 있는 성전이 되었다는 것이며 이 거룩한 미사전례은총을 통해 체험하는 진리입니다. 보이는 가시적 성전이 거룩함과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것은 그 안에서 날마다 성체성사를 통해 공동체 성전이 정화되고 성화되기 때문임을 깨닫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형제들의 공동체 성전이 없는 빈 건물의 성전뿐이라면 그냥 죽어있는 유적에 불과할 뿐이겠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이 깊은 진리를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하느님의 건물입니다. 아무도 이미 놓인 기초 외에 다른 기초를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 기초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르십니까?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자를 파멸시킬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사랑의 일치를 이루는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 성전이 거룩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형제들의 공동체 성전을 파괴하는 분열과 불의, 불화와 불목, 혐오와 증오가 얼마나 큰 죄인지 깨닫습니다. 참으로 성전정화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몸인 형제공동체 성전정화임을 깨닫습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공동체 성전을 끊임없이 정화하시고 성화하시고 치유하시어 당신 중심의 아름답고 거룩한 사랑의 일치를 이뤄주십니다.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