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8일 (일)
(홍) 성령 강림 대축일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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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6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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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05-30 ㅣ No.182548

[부활 제6주간 금요일] 요한 16,20-23ㄱ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한자 중에 <신 辛>이라는 글자가 있습니다. 유명한 라면의 이름이기도 한 이 글자는 <맵다>는 뜻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이 글자에는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辛이라는 글자는 옛날에 글자나 문신을 새길 때 사용하던 도구를 형상화한 글자라고 합니다. 몸에 문신을 새기려면 날카로운 바늘로 피부를 계속해서 찔러야 하는데, 그 찔림이 괴로운 고통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글자가 <괴롭다>는 의미를 갖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신 辛>자는 맵고 괴로운 삶의 고통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이게 된 것이겠지요.

 

이 辛자와 대비되는 의미를 지닌 글자가 있습니다. 바로 <행 幸>이라는 한자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이 한자는 '행복', '행운' 등 우리가 선호하는 좋고 긍정적인 뜻으로 많이 쓰이는 말입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이 글자가 두손을 모으고 수갑을 찬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즉 幸이라는 글자는 심신을 구속당한 죄수의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기에 원래는 부정적 의미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죄수들 중에는 <운 運>이 좋아서 그 구속을 피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런 상태를 두고 '행운'(幸運)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나의 심신을 구속하는 고통을 운이 찾아와서 해소해 주었기에 원래대로라면 '고통' 그 자체였을 사건이 나에게 '행복'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입니다.

 

신기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辛자와 幸자가 서로 많이 닮아있다는 것입니다. 辛자 위에 一자 하나를 그으면 幸이 되지요. 바로 여기에 우리 삶의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고통과 행복을 서로 다른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지만, 생각 '하나'에 따라 고통과 행복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만성 요통으로 고생하시는 어르신들께는 통증이 당장 없애고 싶은 '고통'이지만, 한센병 환자들에게는 통증이 자신이 그 무서운 병에서 치유되었음을 보여주는 '기쁨'의 표징이 됩니다. 악취가 진동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차라리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면 좋겠다고 하시지만, 치매나 당뇨 같은 난치병에 걸리신 분들에게는 냄새를 제대로 맡는 것이 간절한 소원입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슬픔이 기쁨으로 '바뀐다'고 하십니다. 슬픔이 따로 있고 기쁨이 따로 있다는게 아닙니다. 불행이 따로 있고 행복이 따로 있다는게 아닙니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은 언제나 한결같이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그런데 어떤 때에는 슬픔이었던 사건이 어떤 때에는 기쁨이 됩니다. 어떤 때에는 불행처럼 느껴졌던 일들이 나중에 돌아보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었는지를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그렇기에 고통이라고 슬픔이라고 불행이라고 무조건 싫어하거나 배척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나에게 주어질 기쁨과 행복들까지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은 슬픔을 기쁨으로 바꿔줄, 불행을 행복으로 바꿔줄 확실하고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구원하시리라는 '믿음',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과 참된 행복을 누리리라는 '희망'이 그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힘들고 괴로워서 다 포기하고 싶다면 내가 지닌 그 무기들이 제대로 '날'이 서있는지 되돌아보고 손질하는 시간, 즉 하루의 삶을 돌아보며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바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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