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하느님 체험과 기쁨은 감사의 기도로 / 부활 제6주간 토요일(요한 16,23ㄴ-28)
‘나는 하느님께 건강을 부탁했지만, 그분은 더 의미 있는 일들을 하도록 내게 허약함을 주셨다. 나는 또 부자가 되도록 부탁했지만, 더 지혜로운 이가 되도록 가난을 선물 받았다. 이처럼 모든 것을 다 부탁했지만, 끝내 그분은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누릴 수 있도록 내게 현재란 삶을 다른 모든 이가 받은 것과 꼭 같이 선물했다. 내가 부탁한 건 하나도 못 받았지만, 필요한 것은 다 주셨다. 작은 존재임에도 기도를 꼭 들어주셨다. 그래서 나는 가장 축복받은 존재다.’
이는 미국 뉴욕의 신체장애자 회관에 ‘나는 부탁했다.’라는 기도 내용의 일부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하느님께서는 다 들어 주신다나. 그리고 그분께서는 그런 것들을 다 들어주시면서, 그것도 모자라 더없이 기뻐하신단다. 그러나 기도는 넣는 만큼만 나오는 자동판매기가 아니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는지? 참 믿음은 그분 바라시는 것에 대한 우리 응답이다.
“내가 너희에게 진실로 말한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다 이루게 해 주실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 청하여라. 그러면 다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더 충만해질 것이다.” 당신 이름으로 청하라는 것은 그분께서 바라시는 것, 그분 마음에 드는 것을 청하라는 뜻이리라.
그러기에 우리는 기뻐하면서, 예수님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그분에 대해 끊임없는 기도를 드리면서 감사해야겠다. 이것이 신앙인의 삶이기에, 그분과 함께하는 생활은 언제나 기쁨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늘 가득 채워 주실 것 이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그리스도인에게 기쁨이 없거나 다른 이에게 희망과 활력을 줄 수 없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그런 이는 정녕 참된 신앙인이 아닐 테니까.
이처럼 우리는 날마다 삶의 어떤 것에 목이 마르고 무언가가 부족한 것 같지만,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은총만이라도 다 헤아리고 감사드릴 수만 있어도, 우리의 부족함은 저절로 사라질 게다. 그러기에 전지전능하신 창조주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는 오히려 세상 것을 바라기보다, 주님께 더 다가가 그분만을 바라보아야만 한다. 우리가 목말라하고 있는 건, 주님께서도 우리에게 간절히 바라시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예수님으로부터 사랑받아 선택 되었기에.
그래서 기도는 의당 우리의 것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이며, 때로는 성모님의 전구를 통해 예수님은 물론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는 기도이다. 예수님을 메시아이시고 하느님의 아들로 믿어온 우리가, 하느님께 행복만을 달랬더니 건강, 재물, 재능도 죄다 다 거두어 주셨다. 모든 게 기쁨이고 감사뿐이다. 이렇게 숨 쉬며 걸을 수 있는 것, 그 한 조각 빵을 구할 수 있는 것에 어느새 감사를 느끼게 되었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이런 기도를 드리니 행복이 스며왔다.
사실 우리는 많은 것이 부족하게 산다지만, 실은 엄청난 은총을 얻고 산다. 그러니 삶의 부족함을 채워달라는 기도보다는, 주어지는 은총에 감사 기도를 먼저 드리자. 그러면 더 받을 것이요, 기쁨 또한 더 충만해지리라. 사실 기도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서 느끼는 기쁨이 아니라 우리가 기도할 때 나를 사랑하시고, 내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을 체험하는 거다. 그 체험은 기쁨만을 안긴다. 그러기에 우리와 함께하심을 느끼게 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