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6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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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7주간 화요일,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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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06-03 ㅣ No.182638

[부활 제7주간 화요일,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 요한 17,1-11ㄴ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오늘 복음의 내용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고통과 죽음으로 제자들을 떠나시기 전, 마지막으로 그들을 위해 당부의 말씀, 즉 ‘고별사’를 남기시는 장면입니다. 그 고별사는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는 기도의 형식을 띠고 있는데, 여기서 예수님은 세상에 당신 없이 홀로 남겨질 제자들을 지켜주시고 힘을 주시며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라고 하느님께 부탁하십니다. 즉 아버지로부터 파견되시어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로써,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중개자’의 역할을 하시는 겁니다. 예수님 당시 유다교에서는 그 역할을 지성소에서 봉사하는 대사제들이 수행하고 있었기에, 오늘 예수님께서 하느님께 바치시는 기도를 흔히 “대사제의 기도”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이 기도에서 예수님은 먼저 당신 자신을 위하여, 다음으로 당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앞으로 당신을 통해 하느님을 믿게 될 모든 이들을 위하여 필요한 것들을 청하십니다.

 

먼저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영광’을 청하십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명예와 인기를 누리는 세상의 영광을 청하신 게 아닙니다. 당신께서 앞으로 걸어가실 십자가의 길이 이 세상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는 ‘영광’이 되기를 청하십니다. 또한 당신의 고통과 죽음이 그저 죽음으로 끝나버려 무의미해지지 않고, 아버지께 대한 믿음과 순명으로 그 길을 기꺼이 걸어간 당신에게 그리고 당신을 믿고 따르는 모든 이에게 참된 희망이자 기쁨이 되도록, 부활이라는 표징으로 당신을 영광스럽게 해 주시기를 청하십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예수님 당신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시고 아버지께서 다 알아서 해달라고 청하신 게 아닙니다. 힘들고 괴로운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걸어갈 힘을 주시기를, 절망과 두려움에 빠져 하느님 사랑을 의심하지 않고 끝까지 믿음을 간직할 용기와 끈기를 주시기를 청하시지요.

 

다음으로,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을 위해서는 ‘영원한 생명’을 청하십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청하신 영원한 생명은 세상에서 죽음을 겪지 않는 것을, 이 세상에서 누리던 삶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런 건 참된 생명이 아니라 단순한 목숨 연명일 뿐이며,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괴로움만 더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 안에서 참된 생명을 영원히 누리게 해달라고 청하십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여기서 ‘알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는 단순히 ‘인지하다’, ‘인식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알고자 하는 대상의 진면목을 정확히, 자세히 앎으로써 인격적 친교를 맺고 더 나아가 그와 사랑으로 일치되는 수준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지요. 예수님은 우리가 당신에 대해, 그리고 당신께서 말씀과 행적과 삶으로 보여주신 하느님 아버지에 대해 그렇게 알기를 바라십니다. 말로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임을 안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분과 관계 맺기를 거부했던 악령처럼 되지말고, 말로만 ‘주님 주님’ 하면서 정작 삶 속에서는 그분과 관계없는 사람처럼 살지 말고, 행동과 삶으로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는 참된 신앙인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야만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어 이 세상에서부터 하늘나라의 기쁨을, 참되고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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