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7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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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7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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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06-06 ㅣ No.182692

[부활 제7주간 금요일] 요한 21,15-19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부활하신 뒤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제자들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은 그들과 아침을 드시고 나서 베드로에게 물으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당신께서 붙여주신 ‘베드로’라는 새 이름이 아니라 ‘시몬’이라는 옛 이름으로, 아직 당신을 알기 전에 불리우던 세속적인 이름으로 부르신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지요. 예수님께서 생전에 제자들 앞에서 당신이 겪으셔야 할 수난과 죽음에 대해 말씀하실 때, 베드로는 “모두 스승님에게서 떨어져 나갈지라도, 저는 결코 떨어져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습니다. 다른 제자들과의 비교를 통해 주님께 대한 자신의 믿음이 더 단단함을 드러내보이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 말을 내뱉은 지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자신은 예수라는 사람을 모른다며 세 번이나 그분과의 관계를 부인했었지요. 그런 부끄러운 과거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과 약함을 뼈저리게 깨달은 베드로는 자신이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는데에 있어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게 됩니다. 그저 자신이 주님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고백할 뿐입니다.

 

그런데 주님께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 특이합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질문에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라고 직접적으로 답하지 않고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라고 답한 것입니다. 이는 언뜻 보면 자신이 주님을 정말 사랑하는지 자신이 없어서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겸손한 사랑표현’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입니다. 주님께 대한 사랑을 표현함에 있어서 ‘나’라는 자아를 강조하여 드러내는 것은 나 기준, 나 중심으로 사랑하려는 고집과 교만이 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주님을 따르는데에 걸림돌이 되니 사랑의 주도권을 주님께 내어드리고자 한 것이지요. 즉 베드로는 자신이 주님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하는 정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주님을 사랑한다는 점을 그분께서 알아주시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긴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베드로의 답을 들으시고도 세 번이나 반복해서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십니다. 이에 베드로는 마지막 세번째 답변에서는 그런 점을 “슬퍼하며” 자기 사랑을 알아달라고 읍소하지요. 여기서 ‘슬퍼하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뤼페오’는 단순히 감정적인 슬픔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의 영향을 받아 양심의 괴로움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즉 베드로는 예수님을 사랑하는 자기 마음이 그분께서 자신에게 기대하시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이 든 것이지요. 하지만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바라신 것은 당신을 향한 그의 사랑이 당신께서 기대하시는 수준까지 고양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 베드로가 느끼는 서글픔과 안타까움이 그로 하여금 주님을 사랑함에 있어 자기 합리화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신 겁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는데 뭐 어때’, ‘그래도 난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나아’ 이런 나태하고 안일한 마음을 가지면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더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마지막으로 “내 양들을 돌보아라”라는 보속을 주십니다. 당신께서 맡기신 양들을, 나와 같은 피조물인 이웃 형제 자매를 사랑으로 돌보라는 겁니다. 사랑은 실천하면 할수록 더 강해지고 완전해집니다. 그 사랑이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고 나에게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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