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5일 (수)
(백)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 남북통일 기원 미사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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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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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07:49 ㅣ No.183034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마태 18,19ㄴ-22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오늘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이하여 남북통일 기원 미사를 봉헌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분단된 우리나라는 7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통일을 이루지 못한 채, 오해와 갈등 속에 서로를 미워하고 적대시하며 대치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 안에서 서로에게 큰 피해와 상처를 입히는 일들도 많았지요.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 뜻에 따라 보기 좋게, 즉 선하게 창조하신 이 세상에서 그분 뜻에 따라 사랑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살아야 하는데, 마치 상대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내가 사는 것처럼 무시하고 미워하며 배척해온 겁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비단 남과 북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성별간, 세대간, 계층간 등 다양한 갈등 양상으로 심화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으며 함께 나아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와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면 바로 ‘적’으로 규정하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워 제거하려고 듭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사회에는 갈등과 분란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넘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분노 조절 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내리시는 처방전입니다. 예수님은 먼저 나와 다른 상대방을 바라보는 우리의 잘못된 관점을 바로잡으십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나와 입장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싸워서 이길 ‘원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가 소중한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강압과 폭력으로 그에게 내 생각을 억지로 관철시키려고 들지 말고, 그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그의 생각이 나와 어떻게 다른지를 자세히 알아보고 어떻게 해야 서로가 마음을 모을 수 있는지, 그리하여 모두에게 가장 이로운 방향으로,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가장 좋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

 

다음으로는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참아주는 것과 용서하는 것을 헷갈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도를 정해놓고 상대방의 말과 행위를 딱 그만큼만 괜찮은 척 넘어가주는건 용서가 아니지요. 내가 겉으로는 괜찮은 척을 하기에 상대는 내가 무엇 때문에 기분이 나쁜지,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평소처럼 행동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버럭’하고 철퇴를 맞게 되면 미안한 마음보다 놀라고 서운한 마음이 더 크기에 좋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서로를 원망하며 탓하다가 관계가 단절되고 마는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대로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용서에 제한을 두고 조건을 따지는 나의 인간적인 마음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당신께 맡기신 이들을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도록 노력하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은 그분께서 채워주시고 도와주시도록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인간적으로는 저 사람을 용서하기가 너무 힘이 들지만, 당신이 이미 용서하셨기에 저도 용서합니다. 당신이 그를 사랑하시기에 저도 사랑하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것이 있다면 부족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 이런 기도를 바치며 지치지 않고, 계속, 그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변화될 때까지 용서하다보면, 언젠가 그도 내 마음을 알아줄 때가 올 겁니다. 그 때가 바로 참된 화해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지요. 개인 간에, 집단 간에, 더 나아가 남과 북 사이에 그런 참된 화해가 이루어지도록 열심히 기도하며 노력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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