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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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신앙의 가장 완전한 계기판은 두려움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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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봉7 [gloria7] 쪽지 캡슐

09:29 ㅣ No.183159

 

 

  

 

 

2025년 다해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신앙의 가장 완전한 계기판은 두려움의 감정>

 

 

 

복음: 마태오 8,23-27

 

 

 


LORENZETTI, Pietro 작, (1325)  

 

 

    찬미 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모두 운전을 하거나 차를 타본 경험이 있습니다. 운전석 앞에는 속도계, 연료계, 엔진 온도계 등 수많은 계기판이 있습니다. 이 계기판을 보고 우리는 차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만약 계기판이 없다면, 혹은 고장 났는데도 무시하고 달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 영혼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계기판’ 하나를 알려주십니다. 바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입니다. 거친 풍랑에 배가 뒤집힐 지경이 되자, 제자들은 공포에 질려 주무시는 예수님을 깨웁니다. “주님,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구해 주십시오!”(마태 8,25)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측정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믿음이 약한 자들아, 왜 두려워하느냐?”(마태 8,26)

 

 

    계기판을 갖지 못해 자신의 상태를 모르고 살다가 파멸에 이른 사례는 역사 속에도 존재합니다. 17세기 스웨덴의 국왕 구스타프 2세는 막강한 해군력을 과시하기 위해 거대한 전함 '바사(Vasa)호'의 건조를 명했습니다. 왕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설계보다 더 많은 대포를 싣기 위해 배에 2층짜리 포갑판을 만들도록 지시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위용을 자랑하는 배였지만, 조선 기술자들은 배의 무게중심이 너무 높아져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마침내 배를 띄우기 전, 안정성 테스트를 했습니다. 30명의 선원이 갑판 위를 뛰어다니는 간단한 시험이었는데, 배는 금방이라도 뒤집힐 듯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명백한 ‘계기판의 경고등’이 켜진 것입니다. 책임자는 시험을 중단시켰지만, 왕의 진노가 두려워 이 위험 신호를 보고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1628년 8월 10일, 수많은 환호 속에 바사호는 위풍당당하게 첫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항구를 떠나 불과 1,300미터도 나아가지 못해 작은 돌풍을 만나 그대로 옆으로 넘어져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신앙생활도 이와 같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라는 ‘왕의 진노’가 두려워서, 혹은 내 안의 교만과 욕심 때문에 영혼의 계기판이 보내는 경고등, 즉 ‘두려움’의 신호를 애써 무시합니다. 작은 시련에도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는 ‘안정성 테스트’를 겪으면서도 괜찮은 척, 강한 척하며 항해를 계속합니다. 이 경고를 무시하면, 우리의 영혼은 바사호처럼 세상의 작은 돌풍에도 힘없이 가라앉고 말 것입니다.

 

 

    두려움은 결국 나를 믿는 데서 발생합니다. 하느님이 자비하시고 나의 모든 것을 책임져주시는 능력 있는 분이심을 믿으면 두려움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모든 게 잘 됩니다. 

1970년, 인류의 세 번째 달 착륙을 목표로 출발했던 아폴로 13호는 우주 비행 역사상 가장 극적인 실패이자 가장 위대한 성공으로 기록됩니다. 달로 향하던 고요한 우주의 심연에서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는 다급하지만, 차분한 무전이 들려왔습니다. 산소 탱크가 폭발하면서 우주선은 생명 유지 장치가 망가진 차가운 깡통으로 변해버렸고, 세 명의 우주인은 지구에서 32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고립되었습니다. 달 착륙이라는 원대한 목표는 순식간에 ‘지구로의 생환’이라는 절박한 사투로 바뀌었습니다.

 

 

    그 순간 우주인들이 깨달은 것은 명확했습니다. 그 광활하고 차가운 우주에서 기댈 곳은 오직 자기 자신이 아니라, 저 멀리 보이는 푸른 점, 지구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지식과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지구의 관제센터를 신뢰하고, 그들의 지시에 온전히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지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휴스턴의 관제센터에 모인 수백 명의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은 잠도 자지 않고 밥도 잊은 채, 오직 세 명의 우주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지성과 에너지를 쏟아부었습니다. 그들은 고장 난 우주선과 똑같은 모형을 만들어 해결책을 찾고,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밤을 새워 계산했습니다. 온 지구의 시선이 그 작은 우주선에 집중되었습니다.

 

 

    바로 이 모습이 세상 속에 파견된 우리의 모습과 같습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사명을 안고 이 세상에 왔지만, 예기치 않은 인생의 폭발 사고를 만나 길을 잃고 절망에 빠지곤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우주에 홀로 남겨진 듯한 공포 속에서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당황하고 좌절합니다. 하지만 오늘 아폴로 13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우리가 의지할 곳은 우리 자신이 아니라, 우리를 이 세상에 파견하신 분, 바로 그리스도이심을 말입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그리스도께서는 휴스턴의 관제센터처럼 우리의 모든 여정을 지켜보시며, 우리를 당신의 집으로 무사히 귀환시키기 위해 당신의 모든 사랑과 은총을 쏟아붓고 계십니다. 

 

 

    사도 요한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냅니다.”(1요한 4,18) 

그렇습니다. 우리 안에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하느님의 사랑이 채워져야 할 공간이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두려움은 우리의 믿음이 약하다는 부끄러운 증거가 아니라, 지금 바로 주님께 나아가야 할 때임을 알려주는 고마운 신호입니다. 

두려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나를 알고 주님을 알아, 자신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겸손한 마음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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