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9일 (수)
(녹) 연중 제14주간 수요일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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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미완未完의 내 고유한 삶의 성경책 “렉시오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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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경 [forgod] 쪽지 캡슐

07:26 ㅣ No.183329

2025.7.9.연중 제14주간 수요일                                     

 

창세41,55-57;42,5-7ㄴ.17-24ㄱ 마태10,1-7

 

 

미완未完의 내 고유한 삶의 성경책

“렉시오 디비나 하기”

 

 

“주님, 저희가 당신께 바라는 그대로,

 저희 위에 당신의 자애를 베푸소서.”(시편33,22)

 

어제 피정자들을 위한 미사 강론시, 밤새 하느님과의 싸움에 승리한 야곱을 설명하면서 덧붙인 말씀에 모두들 웃었습니다만 제 기분은 몹시 흐뭇했습니다. 

 

“야곱은 하룻밤 주님과 싸워 승리했지만 저는 매일 밤마다 주님과 싸워 이깁니다. 바로 12:30분 기상하여 01시부터 04시까지 하느님과 치열한 싸움 결과 탄생되는 매일 강론이기 때문입니다.”

 

동터오는 아침 야곱은 햇빛을 받으며 절뚝거리며 걸었지만, 저는 새벽 배밭사이 오솔길 감사하는 마음으로 묵주기도를 바치며 걷습니다. 요즘 창세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합니다. 아브라함에 이어 이사악, 그리고 어제는 야곱의 고향집으로의 귀환과 더불어 에사우 형을 만나기 앞서 하느님과의 치열한 싸움에 승리하여 이스라엘 이름을 얻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모두가 보이지 않는 배경이 되시는 하느님 섭리의 손길 안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대로 인물 하나하나가 그대로 고유한 주님의 성경책을 이루고 있음을 봅니다.

 

많은 내용이 생략되고 오늘은 야곱의 아들들의 가족사가 펼쳐집니다. 어제 그렇게 하느님과 치열히 싸웠던 힘이 넘쳤던 야곱은 늙었고 이제 그 아들들, 요셉의 형들과의 가족사가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모사는 재인이요 성사는 재천임을, 또 인명은 재천임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꿈쟁이 요셉이 형들의 질투로 구덩이에 던져 졌다가 상인들에게 팔려가는 불운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만 요셉은 오늘 말씀에서 보다시피 이집트의 최고 재상이 되어 흉년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는 역할을 하니 하느님의 오묘한 구원섭리가 놀랍습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에게 우연은 없습니다. 하느님은 늘 요셉과 함께 하시며 그의 보호자가 되셨음을 깨닫습니다. 요셉의 파란만장한 삶 역시 하느님의 은총과 죄가  굽이굽이 점철된 고유의 성경책임을 깨닫습니다. 흉년으로 죽어가는 이집트인들은 물론 가나안의 요셉 형들까지 흉년으로 굶어죽게 되자 모두가 양식을 구하러 이집트의 요셉을 찾습니다. 이런 사태까지 미리 알아 대책을 세워두신 하느님의 심모원려가 놀랍습니다. 요셉의 형들이 요셉 동생에게 절한다는 꿈이 그대로 실현된 것입니다.

 

흉년으로 세상이 몹시 흉흉하던 그 때 요셉은 파라오의 신뢰를 받는 이집트의 통치자가 되었고 그 나라 모든 백성에게 곡식을 파는 이도 요셉이었습니다. 옛 현자 다산의 말씀도 요셉에게 고스란히 해당된다 싶습니다.

 

“벼슬을 초개같이 여기고, 군주의 과실을 지적할 수 있어야 군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군주를 섬길 때에는 군주에게서 존경을 받아야지, 사랑을 받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분명 파라오 왕과 통치자 요셉의 관계도 이러했을 것입니다. 마침내 식량을 구하러 온 형들을 요셉은 매몰차게 대한 후 사흘동안 감옥에 가뒀다 풀어준후 엄중하게 행할 바를 알려줍니다.

 

“너희가 살려거든 이렇게 하여라. 나도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다.”

 

못박듯이 말씀하신후 형제들중 하나를 남겨두고 귀가한후 막내 아우 바로 요셉의 동생 벤야민을 데려 올 것을 명령합니다. 형제들의 뉘우치는 말들이 오고가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 듣는 요셉이요, 요셉을 살리려 노력했던 르우벤 형이 동생들을 꾸짖는 말도 듣습니다.

 

“그러기에 내가 ‘그 아이에게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하고 너희에게 말하지 않았더냐? 그런데도 너희는 내 말을 듣지 않더니, 이제 우리가 그 아이의 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

 

통역자를 거칠 것 없이 요셉은 이 모두를 들었고 그들 앞에서 물러 나와 울었다 합니다. 회개하는 형들에 요셉의 마음의 앙금은 풀렸고 형제애가 살아나 울었음이 분명합니다. 참으로 인간미 넘치는 지혜롭고 너그러운 통합적 인물이 요셉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을 경외한 요셉을 시종여일 함께 해 주시며 지켜주셨던 것입니다. 그대로 요셉의 삶 역시 고유한 한 권의 살아 있는 성경책임을 봅니다.

 

무명의 존재감없는 삶에서 하느님께 불림 받을 때 비로소 존재감 충만한 인생이 펼쳐집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바 세 종류의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첫째는 신구약 성경의 렉시오 디비나, 둘째는 자연성경의 렉시오 디비나, 셋째는 내 삶의 성경의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자연스런 신구약 성경의 렉시오 디비나의 확장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열두 제자를 부르시고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약한 이들을 고쳐 주게 하시니 바로 이들이 열두 사도입니다. 주님께 제자로 불림받아 사명을 지니고 사도로 파견받는 사도들 하나하나가 고유의 성경책 인생이 되었음을 뜻합니다. 주님께 불림받지 않았더라면 무명의 존재로서 이름없이 살다가 사라졌을 제자이자 사도들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삶의 중심을, 삶의 방향을 찾습니다. 바로 교회의 사람으로서 안으로는 주님의 제자, 밖으로는 주님의 사도, 바로 우리의 자랑스럽고 영예로운 이중신원이자 삶의 의미요 존재이유입니다. 우리 하나하나 성서의 인물들처럼 오늘 복음의 사도들처럼, 교회의 무수한 성인들처럼, 하나하나 각자 고유의 삶의 성경책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한쪽씩 써내려가야할 아직은 미완의 내 삶의 고유한 성경책이요 신구약 성경의 렉시오 디비나와 더불어 내 삶의 성경책도 하루하루 날마다 렉시오 디비나 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한 번뿐인 내 인생인지! 하루하루 선물인생을 되는 대로, 생각없이 막 살 수는 없습니다. 회개와 더불어 겸손의 덕이 갖춰질 것이며 삶도 날로 풍요롭고 자유롭고 충만하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때로 길이 보이지 않고 답답할 때 주님의 십자가 앞에 고요히 머물러 내 삶의 성경책을 렉시오 디비나 하다 보면 주님 은총의 빛이 우리 길을 열어 주심을 체험할 것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 앞에서 내 삶의 성경책을 렉시오 디비나 하면서 참나를 발견하는 은총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시편33,18).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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