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일 (수)
(백)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나는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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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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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09-01 ㅣ No.184551

1975년에 제작된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단지 한 사람의 탈출이 아닌, 자유와 존엄, 인간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제목을 빌리자면, 우리의 신앙 여정 또한 둥지에서 시작해 하늘을 나는 새로 완성됩니다. 둥지는 생명의 보금자리이자, 이윽고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는 준비의 공간입니다. 둥지는 곧 공동체입니다. 엄마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며 키우듯, 신앙의 공동체는 우리를 보호하고 자라게 합니다. 그러나 둥지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날개를 펴고 비상해야 합니다. 새로운 둥지를 찾아야 하고, 그 둥지에서 또 다른 새들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시작된 줌으로 하는 신앙 특강은 그러한 새로운 둥지의 표징입니다. 닫힌 성당, 단절된 공동체, 막힌 신앙의 흐름 속에서도 몇몇 이들이 작은 디지털 둥지를 만들었습니다. 플로리다, 뉴욕, 보스턴, 버지니아, 토론토에서 모인 이들이 서로의 열정을 모아 줌이라는 창을 통해 신앙의 불씨를 지켰습니다. 당시 저는 미주가톨릭 평화신문에서 사목했습니다. 그분들이 저를 찾아왔고, 저는 기꺼이 그분들이 활동할 수 있는 둥지가 되어 주었습니다. 줌으로 하는 신앙 특강을 신문에 공지하였고, 평화신문의 이름으로 포스터를 제작하였고, 특강이 끝난 후에는 신문에 기사로 만들었습니다. 어느덧 5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5월 저는 북미주 한인 사목 협의회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줌으로 하는 신앙 특강 팀에게 새로운 둥지를 제안했습니다. 북미주 한인 사목 협의회 소속으로 줌으로 하는 신앙 특강이 함께 하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팀원들은 함께 논의하였고, 그렇게 또 저를 찾아왔습니다. 북미주 한인 사목 협의회는 줌으로 하는 신앙 특강을 후원하고 신앙 특강의 프로그램은 북미주 한인 사목 협의회의 활동이 될 것입니다. 그 둥지는 이제 북미주 한인 사목 사제 협의회라는 더 넓은 지붕 아래로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분들이 단순히 지식의 축적을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앙의 실천을 위한 자리였고, 구체적으로는 말씀을 배우고 삶에 옮기기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르침을 살아내고자 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마귀도 예수님을 압니다.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도 하느님의 뜻을 압니다. 그러나 그들은 알면서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의 지식과 권위로 하느님의 길을 막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물음이 떠오릅니다.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보다 나는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진리는 주관적 진리이며, 존재 안에서 살아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지식이 아니라 존재 전체로 살아낸 실천이 진리라는 것입니다. 지식은 때로 명예와 권력을 좇으며 십자가를 외면하게 합니다. 그러나 실천은 고통과 외로움을 감수하면서도 사랑을 선택합니다. 신앙은 정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진리입니다. 그래서 성 프란치스코는 말했습니다. “복음을 전하십시오. 필요하면 말을 사용하십시오.”

 

우리는 신앙의 둥지에서 자란 새끼 새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날개를 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의 둥지가 되어 줄 때입니다. 나의 지식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며, 나의 기도가 누군가의 날개가 되는 순간, 그 자리는 이미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시편의 말처럼,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 바라보고, 그분의 성전을 우러러보는 삶은 곧 지식에서 실천으로, 둥지에서 날아오름으로 이어지는 신앙의 순례입니다. 줌으로 하는 신앙 특강 팀이 그 둥지에서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하늘을 열어 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들 또한 오늘도 실천을 선택하는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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