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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31일 (금)
(녹)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끌어내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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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님_연민의 마음과 연대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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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08:54 ㅣ No.185953

 

나이를 슬슬 먹어가면서 이런저런 병에 노출되고 제반 기능이 약화되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병이 한 인간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동시에 병은 또 얼마나 우리를 성찰하게 하고 기도하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고마운 그 무엇인지?

수종(水腫) 증세는 한 마디로 퉁퉁 붓는 증세입니다. 뱃속에 물이 가득 차서 심장, 신장, 간 등을 압박하다 보니 얼굴이며 온몸이 붓는 증세입니다. 수종은 질병이라기보다 하나의 증상으로, 신체의 세포조직에 체액이 비정상적으로 유출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수종 환자는 끝없는 갈증에 시달리는데 물을 마시면 더욱 목이 말라 증세가 심해집니다. 예수님 당시에는 이런 병리학적 이해가 없었기에 수종병을 ‘돈에 목숨거는 욕심 많은 사람’을 표현할 때 썼다고 합니다. 계속 물을 마셔도 달랠 수 없는 갈증과 주머니가 두둑하면서도 더 많은 재물 축적에 혈안이 된 모습이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수종은 지금도 치료가 어려운데, 예수님 시대, 당시 의료 수준으로는 불치병이었다고 보면 정답입니다. 환자들에 대한 깊은 연민의 정으로 충만하셨던 예수님께서 그의 오랜 고통, 무엇보다도 특이한 이상 증세,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그래서 계속 마시다 보니 배가 올챙이 배처럼 볼록한 그의 측은한 모습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치유의 은총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안식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보고 있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즉시 파악하신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묻습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루카 14,3)

거두절미하고 단칼에 그들이 품고 있는 사악한 마음에 도전장을 내미시는 예수님의 질문에, 그들은 할 말을 잃고 잠자코 있었습니다.

자나 깨나 오로지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그분을 고발할 건수를 찾고 있는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비열해 보입니다.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은 백성들의 지도자들이었는데,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품격이나 인성이 조금도 보이지 않습니다. 한 동료 인간이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나 동지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도자로서는 빵점입니다.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죽을만큼 힘겨워 발버둥 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나 연대의식이 조금도 없다면, 그저 내 갈 길만 부지런히 걸어간다면, 우리 역시 예수님으로부터 질타받는 율법 교사들이나 바리사이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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