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8일 (금)
(녹)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너희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스크랩 인쇄

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11-27 ㅣ No.186534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루카 21,20-28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세상의 종말에 관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오늘은 엊그제 복음에서 예고하셨던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시면서, 온 이스라엘에 닥쳐올 환난에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며 그 대처가 우리의 구원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하시지요. 하느님의 분노가 닥쳐오면 그분의 도성 예루살렘은 적군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짓밟힐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며, 포로가 되어 머나먼 타국 땅으로 끌려갈 것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평화를 상징하던 예루살렘은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완전히 황폐해져 사람들 눈에 완전히 멸망한 것처럼 보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상황은 유다인들이 기대하던 게 아닙니다. 그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메시아’를 기다린 것은 그분께서 오시기만 하면 다른 민족들에게 짓밟히고 핍박받던 자신들을 해방시키시고, 다윗 시대에 누리던 번영을 되찾아 주시리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리스도’라고 믿고 따르던 예수님이 오히려 예루살렘이 완전히 무너지고 황폐해 질거라고 말씀하시니 너무나 당황스럽고 실망이 컸을 겁니다. 게다가 그분께서 그런 상황에 대한 ‘대책’이라고 알려주시는 내용은 더더욱 실망스러웠지요. 조상들이 물려준 땅을 버리고 산으로 달아나라니요? 자기 삶의 기반이 다 거기 있는데 그런 예루살렘을 두고 몸만 빠져나가라니요? ‘내가 너희를 지켜주마’하고 앞장 서서 이끌어주시지는 못할망정, ‘그런 일이 닥치면 도망치라’는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력한 말씀을 하시는 분을 어떻게 ‘메시아’라고 믿고 따를 수 있겠는지요?

 

하지만 예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 그들을 사랑하지 않으셔서도, 그런 상황을 해결할 능력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예루살렘에 그런 슬프고 괴로운 일이 닥치게 되는 건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 뜻을 따르지 않고 자꾸만 그분 뜻을 거스르는 불충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회개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잘못된 길을 계속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신들에게 하느님의 분노가 닥쳐온다고 해서 ‘어떻게 우리한테 그러실 수 있느냐’고 그분을 원망할 수 있을까요? 같은 잘못을 반복하며 제 스스로 멸망의 구렁으로 들어가는 자녀들을 우쭈쭈하며 달래기만 하는 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분노를 쏟으시는 건 그들을 사랑하지 않으셔서도 아니고, 그들이 진짜 멸망하기를 바라셔서도 아닙니다. 더 늦어서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그들이 이제라도 잘못된 길에서 돌아서서 구원받을 수 있도록, 눈물을 머금고 ‘사랑의 매’를 드시는 것이지요. 그런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예루살렘에 버티고 앉아서 ‘아무 것도 잃지 않게 해달라’고 떼를 쓸 게 아니라, 자기들을 세속적인 것들에 눈 돌리게 하는 그리하여 하느님과 그분 뜻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그곳에서 즉시 떠나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머무르시는 거룩한 땅인 ‘산’으로 피신해야 합니다. 또한 그렇게라도 해서 자기들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감사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기들에게 닥쳐온 환난이 그저 ‘멸망’이 아님을, 하느님께서 자기들을 미워하셔서 벌 주시는게 아님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매섭도록 아픈 회초리 안에 숨겨진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그 안에서 자기들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희망에서 힘을 얻어 어떤 고난과 시련이 닥쳐와도 슬픔과 절망으로 주눅들지 않고, 우리를 구원하러 오실 주님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7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