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02. 심장이 뛰는 시간 / 임신 5–8주 / 대림 2주)
은총의 시대에 태어나는 생명
#은총의질서 #가장작은이 #태아의존엄 #하늘나라의역설 #만삭낙태법반대
임신 7–8주, 태아는 겨우 1.3cm이다.
손가락은 아직 막처럼 붙어 있고, 눈도 입도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은 존재 안에서는
심장이 이미 리듬을 만들고,
뇌의 회로가 연결되고,
작은 손발이 움직이며 “살아 있다”는 신호를 내고 있다.
겉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온 우주가 펼쳐지고 있다.
태아는 아직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기도도 하지 못하고, 말을 하지도 못하며, 세례를 받을 수도 없다.
그러나 그 존재 전체가 이미 은총의 시대—예수님께서 오신 뒤의 시간—안에서 보호받는 생명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을 두고 말씀하신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 (마태 11,11a)
요한은 구약 시대의 절정이었고,
메시아를 준비한 위대한 예언자였다.
그러나 예수님은 곧 이어서 말씀하신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마태 11,11b)
이 말씀은 전혀 다른 가치 체계를 연다.
세상은 큰 업적, 능력, 영향력을 기준으로 “큰 사람”을 판단한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에는
세상이 아직 알아보지 못하는 가장 작은 존재가 오히려 더 큰 이다.
왜일까?
그 이유는 행위가 아니라 은총이기 때문이다.
요한은 메시아 이전의 세대에 속했고,
그가 아무리 위대해도 구원의 시대를 완전히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이후,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은총의 시대 안에서 숨 쉬는 존재가 된다.
그 가운데 가장 작은 생명—태아도 포함된다.
태아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세례를 받지도 않았지만
이미 구원 시대의 빛 아래 놓여 있는 존재이다.
이 점에서 그는 요한이 누리지 못한 더 큰 은총 안에 서 있다.
이것이 하느님 나라의 질서이다.
임신 7–8주, 어머니는 태아의 움직임을 아직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초음파 속 아이는 이미 작은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지 않아도,
그 생명은 온전히 은총 안에서 자라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큰 인물을 찾지 않으신다.
그분은 은총 안에서 자라는 이들을 바라보신다.
특히 가장 작은 이, 가장 연약한 이를
하늘나라의 눈으로 보신다.
대림 시기, 우리는 기다린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보잘것없는 작은 아기로 오실 주님을.
자리를 내어주는 이 하나 없던 마구간에서,
은총의 충만함으로 오신 그분을.
그분 안에서
작은 것의 위대함,
약한 것의 고귀함,
보이지 않는 것의 절대적 가치가 드러난다.
임신 7–8주의 태아도 그렇다.
아직 너무 작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며,
세상은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의 질서에서는
가장 큰 존재이다.
왜냐하면 그 존재 자체가 은총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질문한다.
나는 어떤 질서로 생명을 바라보는가?
세상의 기준인가,
은총의 기준인가?
하느님께서 “가장 작은 이”를 통해 보여주시는 역설을
우리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작은 이의 기도
주님, 은총 안에서 자라는
가장 작은 생명들을 기억하게 하소서.
세상이 보지 못하는 존재도
하늘나라에서는 얼마나 큰지
당신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소서.
능력이나 성취가 아니라
은총이 모든 가치의 기준임을
제 마음에 새기게 하소서.
태아와 같이 작은 이들을
더 귀하게 여기고, 더 보호하고, 더 사랑하는
하늘나라의 마음을 제 안에 심어 주소서.
아멘.
Today's Word
"은총은, 가장 작은 이를 가장 큰 이로 만든다."
by 서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