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하느님께서 이 땅에 육화강생하신 축복에 대한 주제로 강의를 한적이 있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과 호의, 한없는 자기 낮춤에 대한 인간 측의 호응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의 하느님을 향한 발돋움이다. 그런 노력의 결과 결핍투성이요 죄인인 우리지만 하느님께서 공유해주신 충만함과 완전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하느님화, 신화(神化)될 수 있다. 결국 예수 그리스도화될 수 있다.”
그랬더니 몇몇 분들이 그 무슨 얼토당토 않은 괘변이냐,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며 따졌습니다. 그 순간, 내가 이단을 선포한 것인가? 하는 걱정도 컸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수많은 성인성녀들이 온 생애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었으니, 마음이 안심이 됩니다. 아시시 프란치스코 성인 같은 경우 얼마나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큰 영적 진보와 자기 이탈을 이뤄냈는데, 후세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제2의 그리스도라고 칭합니다.
저희 살레시오회 창립자 돈보스코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70평생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 쌓아 올린 수많은 업적과 덕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갈곳없어 울부짖던 토리노 뒷골목 아이들은 돈보스코에게서 자비하신 하느님의 얼굴을 발견하고 행복해했습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스테파노 순교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우리가 비록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이지만, 신화와 그리스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그는 주님의 성령으로 충만했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열정으로 활활 불타올랐습니다. 주님께서 그의 내면과 영혼, 삶 전체를 주관하고 지배하고 계셨습니다. 그 결과 그는 지상에 살면서도 이미 천상적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이런 스테파노였기에, 살기등등한 적대자들의 협박 앞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이렇게 외칠 수 있었습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사도 7,56)
우리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 바로 다음 날 순교자 스테파노의 축일을 경축합니다. 위대한 탄생과 위대한 죽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언젠가 반드시 우리 죽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 역시 스테파노처럼 죽음을 통해 하느님을 증거하며 그분과 하나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증거를 통해 우리 모두 하늘나라에서 영광스럽게 다시 태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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