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3일 (토)
(백)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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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님_떠오르는 주님도 아름답지만, 저무는 세례자 요한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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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09:19 ㅣ No.187175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으니, 그것은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대체 무엇을 말입니까?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아는 것, 그리고 하느님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은 또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것입니다.

 

불행하게 셀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도 모르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놓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결국 하느님의 정체성에 대한, 그리고 나란 존재의 신원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인식은 우리 신앙의 근본이요 기초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세례자 요한은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구세자의 전면에 서서히 떠오르고 계시는 예수님을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에 초집중하며, 그분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드디어 그 작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자신의 눈앞으로 지나가시는 메시아를 확인한 세례자 요한은 지체 없이 외쳤습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요한 1,36)

 

뿐만 아닙니다. 세례자 요한은 오랜 세월 공들여 양성시킨 제자들을 조금의 미련도 없이 그분께 인계합니다. 요한은 자신의 두 제자에게 눈짓을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머뭇거리는 제자들의 어깨를 툭 치고, 등을 떠밀면서, 저분을 따라가라고 귓속말을 건넸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공들여 교육시킨 애제자들을 떠나보낸다는 것, 스승으로서 가슴 아픈 일일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만 바라보고 환호하고 박수 치던 사람들이 한명 한명 자신을 떠나 예수님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 상실감이랄까 허탈감도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의 본질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세례자 요한이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제자들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공들여 쌓은 탑들을 떠나보냈습니다.

 

새로운 태양이신 예수님께서 구세사의 전면에 환히 떠오르도록, 멋진 배경이 되어준 세례자 요한의 삶이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그분 앞에 서 있는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세례자 요한의 모습이 참으로 멋집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이제 막 동녘 하늘을 환히 밝히며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 같은 분인 반면, 자신은 그저 후 불면 즉시 꺼져버리고 마는 한 자루 촛불일 따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뜨는 해도 아름답지만 저무는 달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막 신축된 초현대식 별장도 아름답지만, 허물어져 가는 고성(古城)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떠오르는 주님도 아름답지만, 저무는 세례자 요한도 아름답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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