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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11일 (일)
(백) 주님 세례 축일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영이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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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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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6-01-10 ㅣ No.187311

예전에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인간의 죄와 희망이 함께 울리는 거대한 삶의 무대입니다. 그 안에서 세상의 조롱을 받던 콰지모도는 흉한 겉모습과는 달리 누구보다 순결한 마음을 지닌 이로 그려집니다. 영화에서 콰지모도를 연기한 앤서니 퀸 역시 멕시코 이민자 출신으로, 가난과 차별 속에서 성장한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콰지모도의 고독과 내면의 깊이를 누구보다 진실하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에스메랄다를 성당의 성역 안으로 품어 안으며 지키던 장면은, 약한 이를 감싸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그대로 비추는 듯합니다. 세상은 여전히 외모와 조건으로 사람을 판단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마음의 깊이를 보신다는 진리가 콰지모도와 앤서니 퀸의 삶을 통해 다시 드러납니다. 어릴 때 옆집에 살던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할머니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살았습니다. 할머니의 등은 꼽추처럼 굽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무서웠는데, 할머니는 무척 자상하였습니다. 가끔 먹을 것도 주셨습니다. 할머니의 집 문에는 영화 포스터를 붙였습니다. 극장에서는 할머니에게 초대권을 주었습니다. 할머니는 가끔 영화 초대권을 주셨습니다. 저는 그 초대권으로 만화영화도 보았고, 성웅 이순신 같은 영화도 보았습니다. 할머니의 등이 굽은 것은 삶의 파도와 고난이 심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주교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주교님은 꼽추 아버지의 사연을 전해 주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딸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 남편의 집안은 부유했고, 품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본인의 집은 가난했고, 아버지는 등이 굽은 꼽추였습니다. 딸은 결혼식에 꼽추인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큰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빠는 동생을 크게 나무랐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요즘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결혼식에는 큰아버지와 가라고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아프지도 않은 허리를 핑계로 하나밖에 없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딸은 임신했습니다. 임신하니 입덧이 심했고, 어머니가 해 주던 음식이 생각났습니다. 어느날 남편과 함께 슈퍼엘 가는데, 손에 가방을 든 아버지가 슈퍼로 들어갔습니다. 딸은 아버지를 모르는 척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슈퍼 사장이 전화했습니다. 어떤 분이 물건을 전해 달라고 했다는 전화였습니다. 딸이 슈퍼에 가니 주인이 가방을 전해 주었습니다. 가방에는 어머니가 만들어 준 청국장과 겉절이가 있었습니다. 가방에는 아버지가 쓴 메모가 있었습니다.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엄마가 청국장과 겉절이를 만들었단다. 감기 조심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 딸은 아버지가 부끄러워서 결혼식에 함께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임신한 딸을 위해서, 입덧이 심한 딸을 위해서 먹을 걸 가져다주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인이 젖먹이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느냐? 설령 여인이 젖먹이를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절대 잊지 않겠다.” 하느님의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한 이야기입니다. 그 하느님께서 하느님을 멀리했던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서 사랑하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습니다. 그 하느님께서 하느님의 뜻보다는 세상의 것을 더 먼저 찾았던 우리를 위해서 사랑하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습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심을 기억하는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면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들 또한 세례를 받으면 하느님의 자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사제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가브리엘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본명(本名)을 줍니다.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도 있지만 세례를 받으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이름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어르신들이 본명이 무엇이냐?’라고 물으시면 저는 가브리엘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오늘 제2독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이 예수님께서 두루 다니시며 좋은 일을 하시고, 악마에게 짓눌리는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과 함께 계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세례 축일입니다. 세례를 통해서 변화된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세례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름이 예뻐서, 부르기 좋아서, 생일에 가까운 축일이 있어서 세례명을 정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세례명을 정하는 것은 이미 천국에서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성인과 성녀들의 삶을 본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분들의 도움을 청하며 세상이라는 험난한 파도를 이겨내기 위해서 세례명을 정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나의 세례명을 한번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아직 세례를 받지 못한 분들은 죄의 용서를 받으며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세례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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