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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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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국에 와서 자동차를 타면서 인상 깊게 느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운전 보조 장치입니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 주는 기능,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능은 장거리 운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 운전 습관과 달라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익숙해졌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완전 자율 주행 자동차가 등장했습니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차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길을 찾고, 주차까지 마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이동에 관한 생각 자체를 바꾸는 변화입니다. 과거의 자동차가 엔진과 속도의 산업이었다면, 이제 자동차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데이터가 결합한 하나의 삶의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운전대를 놓는 순간, 이동 시간은 더 이상 소모의 시간이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출퇴근 시간은 사무실이 되고, 장거리 이동은 휴식과 성찰의 시간이 됩니다. 자동차는 제2의 거실이 되고, 제3의 사무실이 됩니다. 도시의 구조도 달라지고, 운전이 어려웠던 노약자와 장애인에게는 이동의 자유라는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기술은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다 줄 수 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완전 자율 주행 자동차가 있어도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으면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술은 길을 안내할 수 있지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는 바로 이 지점에서 깊은 가르침을 줍니다. 그는 격렬한 논쟁과 갈등의 시대 속에서도 부드러움과 인내, 일상의 성화를 강조했던 목자였습니다. 그는 신앙이 특별한 사람들만의 영웅적인 선택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길을 선택하는 삶임을 보여 주었습니다. 교회 역시 언제나 새로운 길 위에 서 있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의 도로망을 이용해 복음을 전했고, 중세 교회는 인쇄술을 통해 말씀을 확산시켰으며, 오늘날 교회는 인터넷과 새로운 기술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교회는 기술을 피해 온 공동체가 아니라, 기술과 함께 복음을 전해 온 공동체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은 언제나 길 위에 계신 분이십니다. 출애굽의 광야에서,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길에서,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그리고 오늘날 자율 주행 자동차 안에서도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다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습니다. 신앙은 언제나 다시 ‘몸’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손을 내밀고, 눈을 마주치고, 함께 걷는 자리에서 신앙은 완성됩니다. 예수님의 삶이 그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니라, 가장 사랑이 필요한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십자가라는 느리고 고통스러운 길을 걸으셨고, 그 길 끝에서 부활이라는 새로운 길을 여셨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에게 보여 주신 참된 자유, 참된 길이었습니다. 기술은 점점 더 완벽한 길을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그 길을 어떻게 걸을지는 여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기념일을 지내며, 부드럽고 단단한 마음으로 하느님께서 보여 주시는 길을 선택하는 지혜로운 신앙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기술의 길 위에서도 주님의 뜻을 식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부드러운 마음으로 사랑의 방향을 선택하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길이 주님께로 향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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