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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성모성지 이상각 신부님 - 나는 지금도 ‘계신 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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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끝이라고 생각할 때, 주님은 우리에게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나는 지금도 ‘계신 분’이다.”
끝을 생각하면 두렵습니다. 마지막을 떠올리면 마음이 조용히 무너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생각할 때 흔들립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과의 관계도, 내가 살아 온 시간도, 내가 붙들고 있던 모든 것도 거기에서 끝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립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진실로 진실로” 하고 두 번이나 강조하십니다. 이 말씀은 막연한 위로나 바람이 아니라 반드시 붙들어야 할 진실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 앞에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브라함도 죽었고 예언자들도 모두 죽었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사실 이 질문은 틀린 질문이 아닙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시간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먼저 태어난 사람이 먼저이고 죽으면 끝이라고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이 말씀은 내가 아브라함보다 나이가 많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더 오래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나는 시간 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 안에 사는 사람입니다.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흘러가는 시간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시간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시간 안에 오신 분이지만 시간에 묶인 분이 아니십니다.
이걸 조금 더 쉽게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책 속의 한 페이지에 있는 사람과 같습니다.
앞장이 있고 뒷장이 있고 그 사이를 따라가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책을 쓰는 사람은 다릅니다.
그 사람은 처음도 알고 끝도 알고 모든 페이지를 한 번에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 ‘책을 쓰는 분’과 같은 분입니다.
우리는 시간의 한 페이지 안에 살지만, 예수님은 시간 전체를 아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에게도 그분은 이미 ‘계신 분’이셨고, 지금 우리에게도 그분은 ‘계신 분’이십니다.
그래서 이 말씀은 어려운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한 초대입니다.
“나는 과거의 인물이 아니다. 나는 지금도 살아 있다. 그리고 지금 너와 함께 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을 지킨다는 것은 규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신 분과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듣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따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나는 그분을 알고 또 그분의 말씀을 지킨다.”
아버지를 아는 것은 곧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은 곧 그분의 뜻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을 지키는 삶은 결국 사랑의 삶입니다.
그리고 이 사랑 안에 머무는 사람은 죽음을 ‘끝’으로 보지 않게 됩니다.
몸은 죽습니다. 시간은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맺어진 관계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은 끝나지 않습니다. 생명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어느 책에서는 죽음이 그 사람과 맺었던 관계의 끝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참 마음에 남는 말입니다.
사람이 떠나도 그 사람이 내 안에 남긴 사랑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함께한 시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남긴 말과 눈빛과 온기까지 죽음이 다 가져가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죽음은 보이지 않게 만들 수는 있어도 사랑까지 끝내지는 못합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과 맺은 관계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키며 그분 안에 머무는 사람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몸은 죽어도 하느님과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죽지 않는다는 생물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끝나지 않는 관계에 대한 선언입니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죽음을 없애는 말씀이 아니라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선언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나 믿는 사람은 그 죽음 앞에서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명은 이미 주님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은 죽음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죽음 너머를 아는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붙들고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시간 속에 갇힌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영원하신 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조용히 초대하십니다.
“내 말을 붙들어라. 두려움이 아니라 나를 믿어라.
너의 삶은 끝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너와 함께 있다.”
위의 글은 이상각 신부님의 블로그 글입니다. [출처] 나는 지금도 ‘계신 분’입니다 /요한8,51-59|남양성모성지 이상각 신부 블로그https://blog.naver.com/rsony4u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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