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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만찬 성 목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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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함께 사는 남자’를 보았습니다. 조선의 6번째 왕인 ‘단종’의 이야기입니다. 단종은 삼촌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으로 왕위를 세조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상왕으로 있던 단종은 왕의 복위를 도모했던 ‘사육신’의 행위가 드러나면서 ‘노산군’으로 직위가 강등되어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로 유배 가게 됩니다. 영화는 궁궐에서 쫓겨나와 청령포에서 살게 된 노산군과 함께 살았던 ‘엄홍도’라는 촌장의 이야기입니다. 삶의 의욕을 잃었던 노산군은 청령포의 주민들과 만나면서 삶의 의미를 되찾았습니다.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고, 서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노산군은 생애 처음으로 자기의 뜻과 자신의 의지대로 살았습니다. 노산군에서 청령포는 풍요롭고 화려한 궁궐보다 더 행복한 곳이었습니다. 비록 모든 것이 불편했고, 궁색했지만, 청령포는 노산군에게는 마음을 열고 살 수 있었던 마을이었습니다. 역사는 어린 노산군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어린 노산군은 17세의 나이로 ‘죽음의 강’을 건너야 했습니다. 왕과 함께 살았던 ‘엄홍도’는 왕의 시신을 모셔다 장례를 치렀습니다. 노산군은 사후 241년 만인 1698년 숙종 때 복위되어 ‘단종’이 되었습니다. 단종을 장례 치렀던 ‘엄홍도’도 공을 인정받아 충의공이 되었고, 그는 단종의 왕릉인 장릉에 함께 묻혔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짧은 시간과 공간에서 보면 조카의 왕위를 빼앗고 세조가 되었던 수양대군과 살생부를 만들어서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한명회가 부귀와 영화를 누렸습니다. 명예와 권력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역사라는 긴 시간과 공간에서 보면 수양대군은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에 왕의 자리를 차지하였고, 형의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불의한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세조는 사랑하는 두 아들이 단종의 나이가 되었을 때 죽어야 하는 슬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세조는 왕위에 오른 후 평생 피부병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살아생전에 부귀와 영화를 누렸던 한명회는 사후에 ‘부관참시’ 당하는 모욕을 받았습니다. 한명회는 지금도 욕망의 화신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황희 정승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기까지 활동하며 태조, 정종, 태종, 세종, 문종 등 5명의 왕을 섬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라와 왕에게 충성을 다했던 황희 정승의 정자 반구정은 임진강 변에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을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합니다. 한명회의 정자 압구정은 한강 변에 있습니다. 압구정은 오늘도 화려한 도시의 불빛 아래 있습니다. 황희의 반구정은 청렴한 선비의 유유자적한 삶을 상징하는 반면, 한명회의 압구정은 화려한 권력과 욕망이 가려진 풍류의 공간으로 대비됩니다. ‘왕과 함께 산 남자’는 지금부터 500년 전에 있었던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오늘 교회는 ‘주님 만찬 저녁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성삼일’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2,000년 전에 있었던 너무도 슬프지만,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야기는 나자렛에서 시작됩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에게 ‘임마누엘’의 소식을 전합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아들이 하느님 나라를 떠나서 이스라엘의 청령포인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습니다. 노산군이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고, 백성들과 함께했던 것처럼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고,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많은 표징을 보여주셨습니다.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셨고,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치유하셨고, 중풍 병자는 걷게 하셨고, 눈먼 이는 보게 하셨고, 마귀 들린 사람은 치유해 주셨습니다. 12명의 제자를 선발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병자를 치유하고, 마귀를 쫓아낼 권한을 주셨습니다. 이렇게 하느님 나라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수양대군이 단종을 왕위에서 끌어내렸듯이, 한명회가 살생부를 만들었듯이 예수님께서도 고난의 길을 가야 했습니다. 기득권을 지키려 했던 대사제와 율법 학자는 하느님의 아들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단죄하였습니다.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라고 했던 군중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습니다. 사랑하는 제자 유다는 예수님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아넘겼습니다.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지옥까지 가겠다고 큰소리쳤던 제자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모든 일을 미리 아셨습니다. 그래서 겟세마니 동산에서 밤을 새워 기도하시면서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아버지 하실 수 있으시다면 이 잔을 제게서 거둬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그리고 제자들에게도 함께 기도하자고 청하셨습니다. 이제 세상을 떠나실 때가 가까워진 것을 아신 예수님께서는 오늘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십니다. 마치 먼 길 떠나는 어머니가 자녀를 위해서 미리 음식을 준비하듯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나의 피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엄홍도가 단종의 시신을 모시고 장례를 치렀듯이,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은 예수님의 시신을 모시고 장례를 치렀습니다. 오늘 주님 만찬 저녁 미사입니다. 주님의 넘치는 사랑에 감사드리면서, 주님을 위해서 우리도 깨어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듯이, 우리도 이웃의 발을 씻어 주면 좋겠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로운 계명을 준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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