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9일 (목)
(백)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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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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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4:48 ㅣ No.188973

미국에 있으면서 서명자(signer)’란 말을 들었습니다. 신문사에 있을 때도, 달라스 성당에서도 재정과 관련된 서명은 제가 하고 있습니다. 본당에서 발행하는 수표는 모두 제가 사인해야 합니다. 지출하는 용도를 꼼꼼하게 챙겨 보는 편입니다. 대부분은 사무장님이 차질 없이 준비해 주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사인하고 있습니다. 본당에서 발행하는 공문과 서류도 제가 사인해야 합니다. 세례 증명서, 견진 증명서, 혼배 서류도 제가 사인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의 이름으로 많은 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서명한다는 것은 그 일에 관해서 책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가와 국가도 협정을 맺으면 양국의 국가수반이 서명한 협정서를 교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웅이란 영화에서도 독립군이 새끼손가락을 잘라 피로 큰 태극기에 서명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독립운동에 대한 결의와 각오를, 서명을 통해서 드러내는 장면이었습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베드로 사도는 담대하게 선포합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곧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하느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바로 그분의 이름으로 이 사람이 여러분 앞에 온전한 몸으로 서게 되었습니다.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람들의 법정은 예수님을 죄인으로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법정은 그분을 부활시키셨습니다. 사람들이 버린 돌을 하느님께서는 모퉁이의 머릿돌로 세우셨습니다.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이 복음의 진리를 세상 이야기로 보여 줍니다. 억울하게 테러범으로 몰린 아들과, 끝까지 아들의 무죄를 믿었던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합니다. “나는 네가 결백하다는 것을 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다.” 세상은 아들을 죄인으로 규정했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믿었습니다. 세상은 침묵했지만,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습은 우리 신앙의 신비를 떠올리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버림받으셨습니다. 사람들은 조롱했고, 제자들은 흩어졌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침묵 속에서 당신 아들을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부활로 응답하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안다. 나는 너를 버리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억울한 순간을 경험합니다. 오해를 받고, 평가받고, 때로는 죄인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사목을 하면서도 저 자신을 돌아보면, 사람들의 판단이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잘하려고 했는데 오해를 받기도 하고, 침묵 속에서 홀로 서 있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세상의 인정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음성입니다. “나는 너를 안다.” 베드로 사도는 사람들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이름을 선포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 이름, 그러나 하느님께서 다시 일으키신 그 이름입니다.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바로 그 이름입니다.

 

영화 속 아버지는 진실이 드러나는 날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믿음은 아들에게 남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십자가 위에서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하느님의 구원은 그 순간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이 고백은 배타적인 선언이 아니라, 사랑의 선언입니다. 하느님의 정의는 인간의 판결보다 깊고,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오해보다 넓습니다. 사람들이 버린 돌이 머릿돌이 되듯이, 억울함과 상처 속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시작을 이루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버지의 이름으로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의 이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서는 사람들입니다. 그 이름 안에서 넘어졌던 사람이 다시 일어나고, 상처 입은 영혼이 온전하게 되며, 두려움에 갇힌 마음이 자유로워집니다. 여러분의 삶 안에도 억울함과 오해가 있습니까? 혹시 사람들의 판단 때문에 마음이 무겁지는 않습니까? 그때 하느님 아버지의 음성을 들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너를 안다. 나는 너를 믿는다.” 그리고 베드로처럼 고백하면 좋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 이름 안에 우리의 구원이 있고, 우리의 정의가 있으며, 우리의 희망이 있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이것이 신앙인이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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