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9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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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용 신부님_세상에서 버림받았다면 하느님께 선택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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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08:12 ㅣ No.189515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요한 15,18-19) 찬미 예수님! 부활 제5주간 토요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아주 서늘하고도 명확한 경고를 하십니다. 우리가 주님을 믿고 따르기로 결심하는 순간, 세상은 우리를 칭찬하고 환영해 주는 것이 아니라 맹렬하게 미워하고 밀어낼 것이라는 선언입니다. 우리는 흔히 신앙생활을 잘하면 세상에서도 인정받고 성공할 것이라는 달콤한 환상을 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환상을 가차 없이 깨버리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세상에서 철저히 미움받고 버림받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하느님께 완벽하게 선택되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느님을 배제한 채 권력, 돈, 쾌락으로 완벽한 행복을 줄 수 있다고 속이는 거대한 어둠의 공간입니다. 이 영적 진리를 숭고한 피로 증명해 낸 한 남자의 위대한 실화가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의 평범한 농부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였던 프란츠 예거슈테터(Franz Jägerstätter)의 이야기입니다. 1938년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병합했을 때, 세상은 온통 히틀러의 광기에 환호했습니다. 교회의 수많은 성직자와 이웃 주민들조차 "조국을 위해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자 국민의 의무"라며 그 거대한 가짜 세상의 시스템에 순응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성경을 읽고 성체를 모시던 프란츠의 눈에는 그 세상이 살인과 폭력으로 얼룩진 악마의 세트장임이 명확히 보였습니다. 그는 징집 명령이 떨어졌을 때, 흔들림 없이 선언했습니다. "나는 가톨릭 신자로서 십자가와 나치의 갈고리십자가를 동시에 섬길 수 없습니다. 히틀러를 위한 충성 맹세를 단호히 거부합니다." 그 한마디에 그는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버림받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반역자요 미치광이라며 조롱했고, 친구들은 침을 뱉었습니다. 심지어 감옥에 갇힌 그를 찾아온 신부님과 변호사마저도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해라. 마음속으로만 하느님을 믿고 겉으로는 충성한다고 타협해라"라고 회유했습니다. 하지만 프란츠는 타협을 거부하고 당당히 세상에서 쫓겨나는 길을 택했습니다. 1943년, 그는 결국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세상은 그를 버러지처럼 죽였지만, 하느님은 그를 영원한 하늘의 상속자로 선택하셨습니다. 그는 2007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거룩한 복자로 선포되었고, 그의 이야기는 테렌스 맬릭 감독의 명작 영화 '히든 라이프' (2019)로 만들어져 전 세계에 진리의 빛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종종 거대한 세트장이나 어두운 동굴과 같습니다.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를 떠올려 보십시오. 평생 동굴 벽의 그림자만 보고 살던 사람이 사슬을 끊고 밖으로 나가 진짜 태양(진리)을 봅니다. 그가 다시 동굴로 돌아와 "저 그림자는 가짜다! 밖으로 나가 진짜 빛을 보자!"라고 외쳤을 때, 그림자가 전부라고 믿는 동료들은 어떻게 반응합니까? 그를 조롱하고, 종국에는 자신들의 평온을 깨려는 그를 죽이려 듭니다.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둠 속에 속한 자였기에 세상(바리사이들)과 아무런 갈등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의 눈에 진흙을 발라 빛을 보게 해주십니다. 눈을 뜬 그는 "예수님은 하느님에게서 오신 분"이라는 진실을 증언합니다. 그러자 스스로 본다고 자처하지만 사실은 짙은 어둠 속에 있던 바리사이들은 격분합니다. 그들은 진리를 증언하는 그 사람을 회당에서 아예 쫓아내 버립니다. 당시 회당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가족과 이웃, 직업 등 모든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는 완벽한 '사회적 사형 선고'이자 세상으로부터의 처절한 버림받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은총은 바로 그다음 순간에 일어납니다. 그가 세상에서 버림받아 쫓겨난 바로 그 길바닥으로, 예수님께서 친히 그를 찾아오신 것입니다. 세상에서 쫓겨난 자리가 곧 참된 하느님을 대면하는 은총의 지성소가 되었습니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 역시 예루살렘 성문 밖, 세상의 가장 비참한 쓰레기장인 골고타로 쫓겨나 버림받으셨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늘 세상이 내다 버린 그 밖에서 완성됩니다. (출처: 『주석 성경』 요한복음 9장 참조)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세상이 너희를 미워할 것"이라고 미리 말씀해주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빛을 따라갈 때 세상의 조롱과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내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궤도가 정상적이라는 뜻이니, 결코 충격을 받거나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님의 다정한 예방주사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겪는 이 세상의 미움을 아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물리학 법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우주선의 탈출 속도(Escape Velocity)와 대기권의 마찰열입니다. 우주선이 지구의 강력한 중력을 벗어나 무한한 우주 공간으로 나아가려면, 초속 11.2킬로미터라는 엄청난 탈출 속도를 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엄청난 속도로 대기권을 뚫고 올라갈 때 우주선의 표면은 공기와의 격렬한 마찰로 인해 섭씨 수천 도의 불덩이가 되며 찢어질 듯한 진동을 겪게 됩니다. 공기(세상)가 우주선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결사적으로 저항하고 미워하는 현상입니다. 만약 우주선이 올라가는데 표면이 차갑고 아무런 마찰 진동이 없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추진력을 잃고 다시 지구로 추락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신앙도 똑같습니다. 우리가 세속의 중력을 벗어나 하느님 나라로 솟구쳐 오를 때, 주변 사람들의 조롱, 경제적 손해, 세상의 따돌림이라는 맹렬한 마찰열을 겪는 것은 당연한 물리적 법칙입니다. 내 신앙생활에 아무런 고난도 없고 세상 사람들이 나를 너무 좋아한다면, 그것은 내가 하느님께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세속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끔찍한 경고음입니다. 교부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요한 복음 강해』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서늘한 경고를 남기셨습니다. 

"세상이 당신을 칭찬하고 열광하며 환호한다면 그 자리에서 벌벌 떨며 두려워하십시오. 그것은 당신이 아직 하느님의 원수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세상의 미움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교회가 세상과 간음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출처: 성 아우구스티누스, 『요한 복음 강해』).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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