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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0주간 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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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교구 사제들이 함께했습니다. 80년대에 신학교를 다녔던 선후배 사제들입니다. 오스틴으로 새로 온 신부님을 환영하는 자리였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자주 볼 수 없었지만, 미국에 와서는 더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만큼 미국 생활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낯선 환경 속에서 사목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새롭게 배워야 하는 여정입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의지가 됩니다. 함께 식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그 자리에는 미국에 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신부님, 7개월이 지난 신부님, 그리고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 신부님이 함께했습니다. 저는 어느덧 8년이 넘었습니다. 한 달이 갓 지난 신부님은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바쁜 시간입니다. 그래도 먼저 그 길을 걸어간 동료 사제가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합니다. 7개월이 지난 신부님은 이제 막 하늘을 나는 새처럼 의욕이 넘칩니다.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신부님은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처럼 여유가 있고, 말과 표정에서 감사가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제 시간을 돌아보았습니다. 저에게 생긴 작은 원칙은 ‘오늘 하루’입니다. 오늘 하루를 감사드리면 그것이 쌓여 과거가 되고,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모여 미래가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행복의 기준을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행복 선언’, 또는 ‘진복팔단’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덟 가지 참된 행복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은 세상과 다릅니다. 세상은 성공하고, 많이 가지고, 인정받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자비로운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평화를 이루는 사람, 의로움 때문에 박해받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행복은 소유의 행복이 아니라 관계의 행복입니다. 하느님께 의지하는 사람,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욕심보다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는 사람이 참으로 행복하다는 말씀입니다. 이 행복은 눈에 보이는 성취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평화입니다. 그래서 진복팔단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길입니다.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성적이 올라 부모님께 칭찬받았을 때, 뜻밖의 도움으로 원하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 서류가 순조롭게 준비되어 영주권이 나왔을 때, 기도의 응답으로 아픈 교우가 치유되었을 때,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의 순간이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마치 도파민이 매 순간 계속 생성된다면 오히려 몸에 해가 되는 것처럼, 기쁨도 늘 같은 강도로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순간의 행복’이 아니라 ‘삶의 방향’입니다. 행복했던 순간에 감사했다면, 아픔의 시간에도 감사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일이 잘 풀릴 때뿐 아니라,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참된 행복의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감사는 상황을 바꾸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의 마음을 바꾸어 줍니다. 그리고 그 마음 안에 하느님의 평화를 심어 줍니다. 저는 행복은 길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걸어가면서 길이 생깁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하루 감사하며,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이웃과 함께 걸어갈 때 그 자리에 행복의 길이 생깁니다. 오늘 하루를 감사로 살 수 있다면, 기쁨의 순간에도, 고난의 순간에도 하느님과 함께 걷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이 말씀은 결과에 대한 선언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길에 대한 초대입니다. 어떤 순간에도 감사드릴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하느님과 함께 행복의 길 위에 있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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