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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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님_ 만 원 짜리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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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2026-06-08 ㅣ No.190015

 

나이를 조금 먹어가면서 행복에 대한 기준이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더 높이 올라가고, 더 많이 벌고, 더 인기를 얻고, 더 대박을 내고...그러면 더 행복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느끼는 바도 참 많습니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재산과 부동산을 보유하게 된 거부들, 행복할 줄 알았는데, 반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유산 상속 때문에 벌어지는 부모 자식, 형제자매 사이에 벌어지는 볼썽사나운 광경 앞에 입을 다물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토록 많은 재산을 지니고 있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병고에 시달리게 되니,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쓰고 싶어도 걸어다니지를 못하니,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죽기 살기로 노력해서 하늘 높이 금자탑을 쌓았지만, 결국 열심히 죽 쒀서 개 주는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재산이 행복 불행의 절대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참 행복은 소소한 일상 안에 담겨있음을 자주 체험합니다. 저같은 경우 행복한 시간을 꼽으라면, 그 일이 아무리 작은 일이든 뭔가에 열심히 몰입할 때입니다. 몰입의 대상이 좀 더 큰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보다 복음적이고 생산적일 때, 느끼는 기쁨은 더욱 큽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같은 맥락의 말씀, 참된 행복, 진복팔단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한 대목 한 대목 읽고 묵상하면서 우리 같이 작고, 보잘것없고, 상처투성이뿐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참으로 큰 위로와 기쁨을 선사하는 말씀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행복과 관련해서 지금에야 깨닫는 바가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네 삶 가운데 행복의 순간은 의외로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행복의 씨앗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행복은 결핍 가운데, 부족함 가운데, 시련이나 역경 가운데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한 지역을 방문할 때였습니다. 감사하지만 부담스러운 극진한 환대가 매일 계속되었습니다. 매 끼니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였습니다. 매일 저녁 밤늦은 시간까지 성대한 파티가 계속되었습니다. 먹고 또 먹고, 마시고 또 마시고...그 대신 운동량은 지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 반복되니 세상에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반대로 사는게 너무 바빠 본의 아니게 몇 끼니를 건너뛰었습니다. 이윽고 촉각을 다투는 일들을 대충 마무리 짓고 나니 너무나 배가 고파 눈이 핑핑 돌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만 원짜리 순대국밥을 한 그릇 마주 대하니 너무나 행복해서 눈물이 다 나왔습니다.

 

우리가 매일 느끼는 결핍, 갈증, 배고픔, 부족함, 피곤함, 외로움, 슬픔...이런 요소들이 사실은 행복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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