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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2주간 토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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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의 사제 모임이 잘 끝났습니다. 비행기가 두 번이나 취소되면서 시작부터 쉽지 않았지만, 결국 무사히 도착했고, 좋은 만남과 은총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살다 보면 그렇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산 넘어 산’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 시간도 하느님의 손길 안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욥은 시련 가운데서도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좋은 것을 주셨을 때 감사하였다면, 하느님께서 나에게 나쁜 것을 주셨을지라도 감사드립니다. 인생은 빈 몸으로 왔으니, 빈 몸으로 돌아갈지라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예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영어 문장이 있습니다. “Life is not about for the storm to pass, it is learning to dance in the rain.(인생은 시련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련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나무에는 ‘옹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옹이는 상처일 수도 있지만, 옹이는 어쩌면 훈장일 수도 있습니다. 제게도 크고 작은 ‘옹이’가 있습니다. 어떤 것은 저의 실수와 잘못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어떤 것은 욥이 겪었던 것처럼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긴 것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성경 말씀처럼 지나간 날의 옹이에 감사드립니다. ‘산 넘어 산’을 겪어야 했던 분이 있습니다. 감당하기에 버거운 직책을 맡았지만 지혜롭게 직책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은행 일을 보고 나오던 중 강도를 만났습니다. 가방을 빼앗겼지만, 다행히 몸은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불안해서 새로이 집을 옮겼습니다. 전에 있던 집은 성당에서 5분 거리여서 좋았는데 새로 옮긴 집은 15분 거리였습니다. 그래도 새집을 축성 받으며 마음을 주고 지냈습니다. 동생 부부와 함께 성지순례를 떠났습니다. 성지순례 중 뜻하지 않게 남편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건강을 회복하였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작년 1년은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또 ‘산 넘어 산’을 넘어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아들이 응급실을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동생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2년 전에 제게 기도를 부탁했듯이, 올해도 기도를 부탁하였습니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산을 잘 넘을 수 있는 용기를 청합니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시련 속에서도 희망의 길을 찾기를 청합니다. 세월의 무게를 견딘 나무에는 ‘옹이’가 있습니다. 옹이는 상처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옹이는 그 나무가 강한 바람과 추운 겨울을 견디어 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우리 인생의 상처도 그렇습니다. 실패와 아픔, 억울함과 눈물은 우리의 약점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믿음의 훈장인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돌아보면 크고 작은 옹이들이 있었습니다. 저의 부족함 때문에 생긴 것도 있고, 욥처럼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 시간도 저를 더 깊게 만들었고, 사람들의 아픔을 조금 더 이해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지나간 날의 상처에도 감사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생에는 이렇게 반복되는 시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련이 없느냐가 아닙니다.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주님의 손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렇게 탄식합니다. “나의 딸 백성이 파멸하고 도시의 광장에서 아이들과 젖먹이들이 죽어 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 눈은 눈물로 멀어져 가고 내 속은 들끓으며 내 애간장은 땅바닥에 쏟아지는구나.” 예언자는 백성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울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합니다. “억눌린 이가 수치를 느끼며 돌아가게 하지 마시고, 가련한 이와 불쌍한 이가 당신 이름을 찬양하게 하소서.” 신앙은 아픈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닙니다. 눈물의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것입니다. 절망 속에서도 하느님의 손길을 믿는 것입니다. 1997년 제기동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성당 마당에는 감나무가 한그루 있었습니다. 파란 감들이 주렁주렁 가지에 매달려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감나무에서 감들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감나무는 왜 감을 떨구어 냈을까요? 본당 신부님께서는 제게 “감나무는 더 크고 알찬 열매를 맺기 위해서 스스로 작고 볼품없는 감들을 떨구어 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의 백인대장은 참 아름다운 믿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종을 위해 예수님께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하십시오. 제 종은 나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믿음을 칭찬하셨습니다. 사랑이 있는 믿음이었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믿음이 아니라, 아픈 이를 위한 믿음이었습니다.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지나간 뒤에 돌아보면, 그 시간 속에도 주님의 은총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눈물이 내일의 믿음이 되고, 오늘의 상처가 내일의 옹이가 되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입니다. 좋을 때 감사드리고, 힘들 때도 감사드리면 좋겠습니다. 건강할 때 감사드리고, 병중에도 감사드리면 좋겠습니다. 성공했을 때만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도 감사드리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 그 믿음 안에서 오늘도 희망의 길을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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