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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성모성지 이상각 신부님 - “주님! 주님께서는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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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님께 다가가기 전에, 주님께서는 이미 우리를 향해 손을 내밀고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산에서 내려오시자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랐습니다.
성경에서 산은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모세가 하느님을 만나 십계명을 받은 곳도 산이었고,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던 곳도 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산 위에 머물러 계시지 않고 산에서 내려오셨다고 말합니다.
주님께서는 높은 곳에만 머무시는 분이 아닙니다. 병든 사람들, 상처 입은 사람들, 죄인들, 희망을 잃은 사람들 곁으로 내려오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랐습니다.
그들은 예수님 안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분의 말씀에서 위로를 받았고, 그분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보았습니다.
그때 한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다가왔습니다.
이것은 참 놀라운 일입니다.
당시 나병 환자는 공동체 밖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사람이 가까이 오면 “나는 부정한 사람이오!” 하고 외쳐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많은 군중 사이를 뚫고 예수님께 나아왔습니다.
돌을 맞을 수도 있었고, 사람들에게 쫓겨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왔습니다.
그 안에 간절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낫고 싶다. 다시 사람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 주님께서는 나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다.
그 갈망이 두려움보다 컸습니다.
그는 예수님 앞에 엎드려 말합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참 아름다운 믿음입니다.
그는 자신을 주님의 자비에 맡겼습니다.
교회는 오래전부터 이 나병 환자 안에서 죄로 상처 입은 우리의 모습을 보아 왔습니다.
나병이 사람을 공동체 밖으로 밀어냈듯이, 죄 역시 우리를 하느님과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게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 상처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예수님께서는 병보다 먼저 사람을 보셨습니다. 부정보다 먼저 그의 아픔을 보셨고, 죄보다 먼저 그의 존엄을 보셨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만지려 하지 않던 그 사람을 직접 만지셨습니다.
그 손은 죄인을 다시 일으키시는 하느님 자비의 손입니다.
그 순간 그는 깨끗해졌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치유는 병이 낫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사제에게 가서 몸을 보이고 예물을 바치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그가 다시 공동체 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시려는 말씀이었습니다.
잃어버렸던 가족에게로, 친구들에게로, 사람들 사이로 돌아가게 하신 것입니다.
주님의 치유는 몸만 낫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끊어진 관계를 회복시키고, 잃어버린 자리를 되찾게 하며, 사람을 다시 사랑 안으로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나병 환자는 예수님을 만나 다시 사람들 가운데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을 살리신 뒤, 점점 더 사람들의 경계와 시기 속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버림받았던 사람은 다시 안으로 들어왔고,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밖으로 밀려나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도 나병과 같은 상처가 있습니다.
죄의 상처, 미움의 상처, 두려움의 상처, 열등감과 절망의 상처가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생각 때문에 주님께 멀어집니다.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주님께 나아갈 수 있을까?” “주님께서 나 같은 사람도 받아 주실까?”
그러나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나병 환자는 깨끗해진 다음에 예수님께 온 것이 아닙니다. 깨끗해지기 위해 예수님께 왔습니다.
상처가 없어져서 주님께 간 것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 주님께 갔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그를 밀어내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손을 내밀어 만지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므로 우리의 상처는 주님께 나아가지 못할 이유가 아닙니다. 오히려 주님께 더 가까이 가야 할 이유입니다.
신앙생활은 완전한 사람이 되어 주님께 가는 것이 아닙니다.
상처 입은 채로, 부족한 채로, 용기를 내어 주님께 가까이 가는 것입니다.
성인이 되어서 주님께 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가면서 조금씩 변화되는 것입니다.
깨끗해져서 하느님께 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가까이 가면서 깨끗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께 가까이 가는 것보다 먼저, 주님께서 우리를 향해 손을 내미셨습니다.
그것이 복음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분의 손길 안에서 우리는 다시 깨끗해지고, 다시 일어나며, 다시 사랑할 힘을 얻게 됩니다.
아멘.
위의 글은 이상각 신부님의 블로그 글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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