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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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에세이 2부> 2025년 성탄 시기에 다시 뵌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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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b38927] 쪽지 캡슐

14:26 ㅣ No.2933

<묵상 에세이 2부>


✦ 2025년 성탄 시기에 다시 뵌 주님

 

2024년 성탄을 앞둔 어느 새벽, 주님께서는 제게 오셔서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25년 성탄 시기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그 만남은 환시나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한 노숙자 형제님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2025년 11월 어느 날, 집에서 한 시간쯤 떨어진 성당으로 향하던 길에 한 노숙자 형제님을 만났습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마음이 쓰였고, 책 판매 수익 일부를 전해 드리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은 이미 많은 것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고, 세상적으로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모습 안에서 저는 세상에 대한 집착보다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분을 안드레아 성인의 이름을 따서 ‘안드레아 형제님’이라 부르며 세례와 묵주기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더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헤어져야 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25년 12월 26일, 성탄 다음 날 다시 그 성당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유난히 추운 날이었습니다. 형제님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계셨고, 저는 따뜻한 음료와 핫팩을 사다 드리며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가시기를 권했습니다. 미사와 기도를 마친 뒤에도 마음이 계속 쓰여 다시 형제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지하상가에서 우연히 형제님을 발견하게 되었고, 저는 형제님을 부축하며 식사를 함께하자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형제님은 이가 모두 빠져 음식을 제대로 드실 수 없었고, 하루 한 끼도 겨우 드시는 형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우리는 차가운 거리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날 저는 얇은 옷차림이었고 추위 때문에 콧물이 흐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형제님께서는 가방에서 물티슈 한 장을 꺼내 제게 건네주셨습니다. 그 작은 배려가 제 마음을 깊이 울렸습니다. 도움을 드리러 간 제가 오히려 위로를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뒤 저는 심한 목감기와 몸살을 앓게 되었습니다. 목은 심하게 부었고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극심한 근육통과 한기가 온몸을 덮쳤고, 마치 수십, 수백 개의 바늘이 몸을 찌르는 듯한 통증 속에서 며칠을 보내야 했습니다. 저는 그 시간 동안 안드레아 형제님의 삶을 떠올렸습니다.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과 질병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고, 동시에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를 오르신 예수님의 고통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고통이 가장 심했던 순간에는 저도 모르게 주님께 이렇게 묻게 되었습니다.


“왜 이 잔을 제게 주셨습니까?”


그러나 바로 그 질문 속에서 예수님께서 겟세마니와 십자가 위에서 겪으셨던 고통을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받아 마시며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신 주님의 사랑을 말입니다.

 

그리고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추위 속에서 떨고 있던 제게 건네졌던 물티슈 한 장'


그 작은 친절 안에서 저는 주님을 다시 뵈었습니다. 사랑을 베푸는 줄 알았던 제가 오히려 사랑을 받았고, 도움을 주는 줄 알았던 제가 오히려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주님께서 안드레아 형제님을 통해 제게 오셨음을 깨달았습니다. 복음 말씀처럼 주님께서는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계셨습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 25,40)

 

우리는 흔히 주님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단지 말로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아닙니다. 베로니카처럼 주님의 얼굴을 닦아 드리고, 시몬처럼 주님의 십자가를 함께 짊어지며, 고통받는 이들 안에 계신 주님을 위로해 드리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노숙자 형제님을 만난 곳은 대전시 유명한 빵집 거리, 대흥동 성심당 건너편 길가였습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많은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도 빵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형제님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형제님의 고통과 제가 겪은 고통을 통해, 2026년을 앞두고 주님께서 제게 보여 주신 2026년 메시지는 바로 ‘고통’입니다. 앞으로 우리 앞에는 더 큰 고통과 시련의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십자가는 주님께서 우리를 당신 마음 가까이로 이끄시는 길이며, 사랑을 배우게 하시는 학교입니다. 고통받는 이들 안에서 주님을 발견하고, 그들의 짐을 함께 나누며, 우리에게 허락된 작은 십자가를 사랑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계십니다. 우리가 그분들을 외면하지 않고 다가갈 때, 우리 역시 그들 안에서 주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깨닫고, 고통받는 이들 안에 계신 주님을 뵙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함께하는 가톨릭 기도 (체나콜로)
https://www.youtube.com/@letspraytogether1004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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