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30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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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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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6-06-29 ㅣ No.190345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달라스 교구 다문화 미사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는 에어컨이 고장 나서 더운 가운데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올해는 에어컨은 잘 되었는데, 성당 인근 지역의 전기가 나갔습니다. 성당은 어두웠고, 날씨는 더웠습니다. 그런 가운데 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교구장님은 언제나 긍정적이고 활력이 넘치시는 분입니다. 본당 신부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뜨겁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사에 함께한 교우들도 웃었고, 사제들도 웃었습니다. 무덥고 어두운 분위기가 주교님의 한마디로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리고 강론을 마칠 무렵에는 환하게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연합 성가대의 성가와 연합 반주단의 반주가 더욱 멋지게 들렸습니다주교님은 강론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민족과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가톨릭교회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미사 후에는 각 나라 공동체가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우리 한국 공동체는 김밥과 떡을 나누었습니다. 올해는 사물놀이와 K-POP 공연도 보여 주었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음식, 서로 다른 옷차림, 서로 다른 문화가 있었지만, 그 모든 다름이 갈등이 아니라 축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교회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회는 같아야만 하나 되는 공동체가 아닙니다. 다르지만 서로를 받아들이고, 다르지만 함께 기도하고, 다르지만 같은 주님의 식탁에 모이는 공동체입니다.

 

저는 달라스 교구의 다문화 미사를 보면서 미국 정부도 이런 정신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족이 달라도, 종교가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입니다. 태양계에서 보면, 우리 은하에서 보면, 더 넓은 우주에서 보면, 지구라는 푸른 별은 정말 작은 먼지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 작은 별에 사는 우리가 피부색으로, 이념으로, 종교로, 세대로,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 갈등하고 서로 싸운다면 그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겠습니까? 우리가 가진 차이는 싸움의 이유가 아니라 서로를 풍요롭게 하는 은총의 자리입니다오늘 제1독서는 이런 어리석은 삶을 살아가는 이스라엘 공동체를 향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도 한때는 이집트 땅에서 나그네로 살던 민족이었습니다. 남의 땅에서 도움을 받아야 했고, 남의 땅에서 살아야 했던 백성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나그네였음을 잊지 마라.”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도 해당됩니다. 미국이라는 강대한 나라도 처음부터 주인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땅 위에서 살아온 역사도 있습니다. 이민자들이 흘린 땀과 눈물 위에 세워진 역사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진 것을 자랑하기 전에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고, 우리도 누군가의 환대를 받았고, 우리도 하느님의 자비로 살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신앙인은 자비를 받은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신앙인은 하느님의 의로움을 바라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불의와 차별 앞에서 침묵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밀어내면 세상은 더 어두워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를 받아들이면, 꺼졌던 전기가 다시 들어오듯이 공동체 안에 빛이 들어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풍랑을 조용하게 하십니다. 제자들은 배를 타고 가다가 거센 풍랑을 만났습니다. 배는 파도에 뒤덮일 지경이 되었고, 제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우며 외칩니다.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고,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오늘은 6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언젠가 비행기에 비치된 책에서 읽은 글이 생각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말은 외롭게 살라는 뜻이 아닙니다. 세상의 소리에 쉽게 흔들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욕망의 그물에 걸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세상의 더러움 속에서도 마음의 순결을 지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주신 길을 두려움 없이 걸어가라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같은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왜 겁을 내느냐? 왜 믿음이 약하냐?” 풍랑은 언제든지 올 수 있습니다. 배는 흔들릴 수 있습니다. 마음은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배 안에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면 어둠 속에서도 빛이 들어옵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면 무더운 미사도 은총의 시간이 됩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면 서로 다른 민족과 문화도 하나의 교회가 됩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면 마음의 풍랑도 고요해집니다우리가 주님께 의탁한다면, 주님께서는 우리의 풍랑을 잠재워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믿음을 가져라. 내가 너희와 함께 있다.” 오늘 하루, 우리도 주님 안에서 당당하게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그리고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긴 제자처럼, 믿음의 길을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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