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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수 신부님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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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수 신부님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마태 13,47-53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 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
오늘 복음은 주일부터 계속된 ‘하늘나라’에 관한 비유의 마무리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은 하느님 나라의 종말론적 ‘긴장’상태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우리가 이 ‘중간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에 대해 말씀하시지요. 그 점을 이해시키기 위해 드시는 것이 ‘그물의 비유’입니다. “하늘 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는 겁니다.
하늘나라를 빗대어 설명하는 도구라면 특정 종류의 고기를 겨냥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그물’보다, 원하는 고기만 골라서 잡을 수 있는 ‘작살’ 같은 도구를 예로 드는 것이 적합하다고 여기는 게 우리의 시각입니다. 하느님 뜻을 실천하여 그분 마음에 들어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선택적 구원관’이 우리의 일반적인 믿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렇지 않다고 하십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이들이 당신께서 마련하신 구원의 잔치에 참여하기를 바라시는 것이 하느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죄에 대한 심판을 즉시 내리시지 않고 추수 때, 즉 세상 종말의 날까지 유보하시며 인내와 자비로 기다려주시는 분이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아직 종말의 때가 되지 않은 ‘지금’은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구원의 기회를 열어주시는 것이지요.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은총의 비를 내려주시어 회개하도록 이끄시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가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의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밀과 가라지의 비유’에서도 ‘추수 때’라는 기한이 정해져 있었듯, 그물의 비유에서도 하느님의 자비는 무한정으로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물이 가득 차면, 즉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심판의 때’가 차면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그물을 끌어올리실 것입니다. 그리고 구원의 접시에 담겨 하늘나라로 올려질 ‘좋은 고기’와 멸망하는 세상과 함께 버려질 ‘나쁜 고기’를 선별하는 심판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세상이라는 바다를 창조하시고 거기에 생명의 물을 꾸준히 흘려보내신 것은 우리가 사는 동안 당신 뜻을 충실히 실천하여 당신 나라에 들어가기에 합당한 모습으로 변화되라는 뜻이었지요. 그리고 그런 당신 뜻을 예언자들을 통해, 그리고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분명히 우리에게 알려주셨습니다. 그러니 그분 말씀을 듣지 않고, 제 때 회개하지 않고, 왜 이리 심판이 가혹하냐고 하느님을 원망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처럼 하늘나라에 대한 비유를 마치시면서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 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 율법학자라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맺은 ‘옛 계약’에 집중하는 이들입니다. 그런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맺으신 ‘새 계약’을 받아들인다는 건 그 두 계약을 관통하는 근본정신인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깨달았기 때문이겠지요. 예수 그리스도를 제대로 따르는 참된 제자라면 그렇게 깨달은 사랑과 자비를 삶 속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하늘나라에서 복된 영광을 누리는 ‘주인’이 되려고 할 것입니다. 그것이 ‘이미’와 ‘아직’ 사이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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