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1일 (금)
(백)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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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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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9:32 ㅣ No.191335

휴가 중에 후배 신부님이 있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에 성당을 중심으로 천천히 돌며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성당 주위를 돌며 기도하다 보니 우리 조상들의 탑돌이가 떠올랐습니다. 탑을 돌며 정성을 바치던 그 마음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었습니다. 내 삶의 간절한 지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신앙의 몸짓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은 모두 중심을 향해 도는 질서 안에 있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듯이 우리 삶에도 반드시 중심이 있어야 합니다. 중심이 없으면 삶은 흩어지고 맙니다. 중심축이 흔들리는 팽이가 곧 쓰러지는 것처럼, 우리 영혼의 중심이 흔들리면 마음도 쉽게 흔들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삶의 중심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태양이 중심에 있을 때 지구가 빛과 생명을 얻듯이,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삶의 중심에 둘 때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도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을 중심에 둡니다. 돈이 중심이 되기도 하고, 명예가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내 고집과 내 생각이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느님이라는 태양에서 멀어지면 우리 영혼은 차가운 냉기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게 됩니다. 시편 저자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주님을 언제나 내 앞에 모시어 주님이 내 오른쪽에 계시니 나는 흔들리지 않으리라.”

 

성당을 돌며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이 말씀이 마음에 깊이 다가왔습니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산다는 것은 단순히 규칙을 지키는 삶이 아닙니다. 그것은 빛을 향해 걸어가는 삶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모후로 기념합니다. 성모님께서 모후이신 까닭은 세상의 권세를 가지셨기 때문이 아닙니다. 성모님은 누구보다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셨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하셨습니다. 성모님의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하느님의 뜻이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사람들을 경계하라고 하십니다.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말하는 사람은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희생을 말하는 사람은 희생을 살아야 합니다. 나눔을 말하는 사람은 직접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신앙은 말의 장식이 아니라 삶의 방향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또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성모님은 바로 이 말씀을 가장 아름답게 사신 분입니다. 성모님은 자신을 높이지 않으셨고, 조용히 하느님의 뜻을 품으셨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모님을 모후로 공경합니다. 성모님의 왕관은 권력의 왕관이 아니라 순명의 왕관이었습니다. 성모님의 영광은 군림의 영광이 아니라 섬김의 영광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바치는 기도가 우리 삶의 궤도를 다시 수정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나 중심의 삶에서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 어둠의 변두리에서 생명의 중심으로 옮겨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중심으로 삼고 정성껏 삶의 여정을 걸어갈 때, 우리 인생은 가장 아름다운 빛의 원을 그리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이라는 태양 안에서, 성모님처럼 주님의 뜻을 품고, 섬김과 순명의 길을 걸어가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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