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일 (수)
(녹)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나는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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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시] 피로 남긴 사랑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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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선 [hsyoonrda] 쪽지 캡슐

2026-09-01 ㅣ No.191620

피로 남긴 사랑의 찬가

윤홍선

Ⅰ. 순교의 유언


날카로운 마지막 감각이
살결에 닿아도
그들의 영혼만은
끝내 상처를 입지 않는다.


지상위에 가누던
허물어진 몸은
찰나의 계절을 지나가는
거푸집일 뿐,


마침내 가슴속에 타오르던
단 하나의 사랑을 향해
조용히 숨을 바친다.

가장 깊은 아픔 너머로
피어나는 영원한 사랑,


비명 대신
가슴 깊이 차오르는
승리의 침묵.


죽음이 그들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랑을 향해
기꺼이 나아가는 것이기에,


이 수난의 마지막 순간은
세상에 남기는
가장 아름다운 유언이 된다.


“주님,
저희의 목숨을 받으소서.”


Ⅱ. 빛으로 남은 향기


어둠이 스스로를 태워
새벽을 부르고,

씨앗이 침묵의 땅 밑에서
제 껍질을 깨뜨리듯,

그들의 영혼은
가장 깊은 아픔 속에서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

거친 바람에 흩날리는 촛농처럼
육신은 붉은 눈물을 흘리며
스러져가지만,

그 촛불이 향하는 곳은
바람이 아니라
어둠 너머의 사랑의 빛이다.

바다는 파도를 부수어
백사장에 바치고,

향나무는 자신을 찍는
도끼날에 향을 묻히듯,

가장 깊은 상처를 베어 문 자리에
마침내
가장 짙은 사랑의 향기가
퍼져 나간다.

스스로 부서짐으로써
완성을 이루는 것,

제 몸을 녹여
누군가의 길이 되어 주는 것.

그것은 스러지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사랑을 위해

영원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거룩한 이행이다.

그들이 흘린 피는
더 이상 피로만 머물지 않는다.

어둠을 밀어내는
희망의 불꽃으로,

닫힌 문틈을 넘어서는
아득한 향으로 살아나

오늘, 우리를
다시 그 빛으로 부른다.

Ⅲ. 살아 있는 기억

오래된 핏자국 위로
다시 풀잎이 자라고,

굳어 버린 땅의 침묵을 깨며
작은 뿌리 하나가
어둠을 뚫고 내려간다.

유물로 남은 이름들이
바람의 결을 타고 돌아와
식어 가는 가슴의 온도를 되살린다.

편안함에 익숙해진 손끝이
차가운 바람을 피할 때,

문득 손바닥에 새겨지는
작은 흉터 하나.

그것은
끝나지 않은 질문이며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다.

우리가 잊고 있던
그 모든 눈물이
오늘, 이 길 위에서
다시 붉은 꽃으로 필 수 있을까.

바람은 여전히 거칠고
밤은 깊어 가지만,

발끝에 닿는 어둠의 무게를 느끼며
우리는 다시
그 낯선 빛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다.

흘러간 시간의 깊이만큼
더 깊이 뿌리내리는
묵묵한 서약 하나를 새기며.

그들이 피로 지킨 사랑을
이제 우리의 삶으로
이어 가겠다는 서약.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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