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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8일 (금)
(녹)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예수님과 함께 있던 여자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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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4 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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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4:36 ㅣ No.191950

저는 두 달에 한 번씩 엘파소 공동체를 찾아갑니다. 두 달에 한 번씩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고백성사를 드리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기로 하였습니다. 달라스에서 엘파소까지 가는 길이 짧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분들이 계시고, 함께 기도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힘든 것보다 보람이 더 큽니다. 생각해 보면 신앙은 편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씨를 뿌리는 농부가 밭으로 나가듯이, 복음을 전하는 사람도 누군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어제 저는 한글의 역사와 부활의 복음을 함께 묵상했습니다. 한글은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글자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언문이라 불리며 낮게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의 삶 속에서 편지가 되고, 노래가 되고, 이야기가 되면서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디지털 시대와 인공지능 시대에도 매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문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글의 자음은 발음 기관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고, 모음은 하늘과 땅과 사람의 조화를 담았습니다. 처음에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였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생명력이 있었습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도 씨앗을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죽은 이들이 어떻게 다시 살아납니까?” 바오로 사도는 땅에 뿌려지는 씨앗을 보라고 합니다. 씨앗은 땅속에 묻히면 사라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죽은 것이 아닙니다. 씨앗 안에 있던 생명이 새로운 모습으로 싹을 틔웁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썩어 없어질 것으로 묻히지만 썩지 않는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비천한 것으로 묻히지만 영광스러운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부활은 단순히 옛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새롭게 변화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씨앗은 똑같지만, 떨어지는 땅은 다릅니다. 길에 떨어진 씨앗, 바위에 떨어진 씨앗,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이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땅에 떨어져 백 배의 열매를 맺는 씨앗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씨앗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우리도 매일 같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이 내 마음 안에서 어떤 열매를 맺는가는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부활의 말씀도 우리 삶에 뿌려진 씨앗입니다. 미움이 용서로 바뀐다면 부활의 싹이 난 것입니다. 절망했던 사람이 다시 희망을 품는다면 부활의 꽃이 핀 것입니다. 상처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 준다면 부활의 열매가 맺힌 것입니다. 우리의 가정과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좋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마음이 맞지 않을 때도 있고, 상처를 주고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좋을 때만 함께하는 것이 아닙니다. 힘든 시간에도 참고 기다리며 다시 마음의 씨앗을 뿌리는 것입니다.

 

제가 엘파소에 가서 어르신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 한 번, 고백성사 한 번, 따뜻하게 잡아 드리는 손 한 번도 작은 씨앗일 것입니다. 우리가 가족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먼저 내미는 손길 하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도 작은 씨앗입니다. 당장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하느님께서는 그 씨앗을 자라게 하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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