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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0일 (일)
(홍)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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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님_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마음 속으로 들어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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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09:19 ㅣ No.192009

 

아프리카 대초원에 큰 무리를 이루어 사는 초식동물이 있는데 누라고 합니다.

생김새는 소 같은데 영양과에 속합니다.

이 친구들이 한 번 씩 더 좋은 초지를 찾아 대이동을 하는 데 정말 장관입니다. 

 

때로 누 무리가 난감한 상황 앞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왕성한 식욕으로 인해 이쪽 지역 풀은 다 뜯어 먹었습니다.

여기 계속 있다가는 집단으로 죽습니다.

큰 강을 건너면 양질의 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강물 속을 들여다보니 누 무리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악어 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입니다.

누 무리들은 다들 강가에서 서성거립니다. 

 

그때 한 친구가 용기를 냅니다.

풍덩! 하고 뛰어듭니다.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친구들이 잇달아 강물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 앞선 누 한 마리로 인해 수천 수만 마리 누 무리 떼가 안전하게 건너편에 도달합니다. 

 

보십시오. 공동선을 위해서는 선구자가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용기와 희생이 필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첫 번째로 뛰어든 누였습니다.

성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오늘 기억하고 있는 한국 순교자들, 특히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정하상 바오로 같은 경우 첫 번째 뛰어든 누입니다. 

 

제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마음 속으로 잠시 들어가 봤습니다.

어린 나이에 사제가 되기 위해 마카오로 유학 가서 그 어려운 외국말로 죽을 고생하며, 겨우 사제 수업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천신만고 끝에 조선 땅을 밟았습니다.

열심히 사목에 전념하던 어느 순간, 사제생활 1년 1개월 되던 때, 순교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저 같았으면, 그 나이에 죽는 것이 너무 아깝고 원통하고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신앙은 한없이 깊었습니다.

이 땅에서 열심히 사목하는 것도 큰 행복으로 여겼지만, 순교의 영예를 얻어 빨리 하느님 곁으로 가는 것은 더 큰 행복으로 여겼습니다. 

 

물론 조선 땅 방방곡곡에 숨어 지내는 수많은 교우들이 눈에 밟혔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하느님 섭리의 손길을 굳게 믿었습니다.

체포되자마자 예수님처럼 이제 때가 왔음을 알았습니다. 

 

함께 공부한 최양업 신부님, 그리고 후배들이 당신의 뒤를 이어 열심히 사목할 것임을 믿었습니다.

나는 달릴 곳을 다 달렸으니, 이제 천상에서 내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며, 기쁘게 순교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이렇게 우리 한국 천주교회 안에는 영웅적인 1호 순교 사제가 계십니다. 

 

오랜 교회 역사 안에서 박해 시대가 지나가면서 순교에 대한 재해석 작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순교의 의미, 순교의 개념이 점점 확장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피 흘림 없는 순교 개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피 흘림 없는 순교를 영적 순교, 백색 순교라고 불렀습니다. 

 

박해가 사라진 시기,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위해 살고자 하는 의지는 그리스도를 위해 죽고자 하는 의지만큼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깊은 사막속으로 들어간 수도자들, 고행자들,

더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하느님을 증거•증언하는 사람들까지 백색 순교자의 범주에 포함시켰습니다. 

 

더이상 목이 잘리고 피를 흘리는 대박해가 없는 이 시대, 순교 영성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하는 것은, 순교자들의 후손인 오늘 우리에게 남겨진 중차대한 과제입니다.

나와 너무나 다른 그, 정말이지 견디기 힘든 그, 해도 해도 너무한 그를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인내롭게 견뎌내며 축복해주는 일이야말로 순교 영성을 생활화하는 길입니다.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는 초라하고 남루한 나란 존재일지라도, 내 안에 하느님께서 현존해계시고, 내 이마에 그분의 인호가 새겨져 있으니, 각별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존중하는 태도 역시 순교 영성을 실천하는 길입니다. 

 

내 인생을 보다 희망적, 낙관적 바라보고, 내 인생에 대한 점수를 30점, 50점, 박한 점수가 아니라, 80점, 90점, 후한 점수를 주는 것도 순교 영성을 사는 길입니다.

내 마음에 전혀 들지 않는, 내 눈 앞에 펼쳐진 열악하고 암담한 현실을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꺼이 살아내는 것 역시 순교 영성을 사는 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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