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9일 (금)
(녹)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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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7 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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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9:05 ㅣ No.192367

교구의 인사이동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본당 사목이나 교구청, 시설, 교포 사목, 선교, 유학처럼 새로운 직책을 맡기도 하고, 안식년이나 휴양처럼 잠시 자신을 돌아보고 충전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때로는 대기나 정직처럼 식별과 판단의 시간이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저 역시 사제 생활을 돌아보면 본당 사목, 교구청, 청소년 수련원, 신문사, 안식년, 해외연수, 중견 사제 연수, 엠마오 연수, 교포 사목 등 여러 자리를 거쳤습니다. 그러나 장소와 직책은 달라도 한 가지는 변하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 있든 사제로서 맡겨진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언제나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모든 일에 감사하는 것”이 사제가 가야 할 길이며 우리 신앙인이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신앙생활에도 일정한 절차와 규칙이 있습니다. 예비자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으며, 교회가 가르치는 계명과 교회법을 지켜야 합니다. 이런 규칙은 신앙생활을 보호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그러나 규칙 자체가 신앙의 목적은 아닙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율법이 우리를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감시자’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믿음이 온 뒤에는 더 이상 감시자 아래 있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는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법과 제도는 길을 알려 주지만, 그 길을 실제로 걷게 하는 힘은 믿음입니다.

 

기차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차에는 여러 객차가 있습니다. 일등석도 있고 일반석도 있으며, 사람들이 타고 있는 자리도 모두 다릅니다. 그러나 모든 객차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갑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피부색이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문화와 언어가 다르며, 살아온 환경과 재능도 다릅니다. 그러나 세례를 받은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께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목적지는 바로 하느님과 함께하는 영원한 생명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한 여인이 예수님의 어머니를 칭송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예수님께서는 혈연의 가족을 부정하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의 의미를 더 넓혀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은 누구나 예수님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혈연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족이 되었습니다. 성이 다르고 직업이 다르고 출신 지역과 환경이 달라도, 우리는 모두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한 가족입니다.

 

초대 교회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세상은 사람을 유다인과 이방인으로, 자유인과 종으로, 남자와 여자로 나누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출신 지역, 학교, 재산, 계층, 이념에 따라 사람을 나누곤 합니다. 그러나 믿음은 이런 벽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율법은 질서를 만들지만 때로는 경계를 만들기도 합니다. 믿음은 그 경계를 넘어 서로를 형제자매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래서 신앙인은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다.”라고 말하기 전에 “저 사람도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이다.”라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를 입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말씀을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말씀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직책이 무엇이든, 나이가 몇 살이든, 어느 지역에서 왔든 그것이 우리 신앙의 중심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삶으로 실천한다면 우리는 이미 하느님의 가족이며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들입니다. 오늘도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서로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이며, 믿음으로 하나 되어 영원한 생명의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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